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절차다.
그만큼 선거 관리에는 단 한 치의 허술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최근 실시된 선거에서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불편을 겪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할 사안이다.투표용지 부족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선거는 수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국가적 행사다.
유권자 수와 사전투표 현황, 지역별 투표율 등을 종합하면 필요한 투표용지 규모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나 추가 공급에 나섰다는 것은 선거 관리 체계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문제는 선거 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신뢰가 우선이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믿음이 있어야 결과에도 승복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과 같은 기본적인 관리 실패가 발생하면 선거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현실에서 이런 실수는 불필요한 논란과 불신을 키우는 빌미가 된다.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현장 착오나 단순 실무 문제로 넘겨서는 안 된다. 수요 예측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배부 체계에 허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원인과 책임 소재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최근 선관위를 둘러싼 국민적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채용 비리 논란과 관리 부실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기관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선거 관리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면 독립 헌법기관으로서의 권위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국민의 참정권은 어떤 이유로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선관위의 존재 이유 역시 국민이 불편 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도록 돕는 데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선관위에 주어진 책무다.
민주주의는 신뢰 위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선관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