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경북 고령군이 올해 처음 선보인 ‘고령멜빙축제’가 ‘멜론 없는 멜론 축제’라는 비판 속에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대표 특산물인 멜론을 간판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행사장에서는 멜론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4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군은 지난 6월 7일부터 9일까지 대가야읍 대가야문화누리 일원에서 ‘멜론과 빙수의 만남’을 콘셉트로 ‘고령멜빙축제’를 개최했다. 고령군이 주최하고 고령군관광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축제에는 총 4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그러나 축제 개최 시점은 고령 멜론 출하가 이미 시작된 이후로, 유통 시장으로 빠르게 빠져나간 이후라 축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물량 확보가 어려웠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멜론 관련 전시·체험 콘텐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축제장은 빙수와 간식류 판매 부스 위주로 구성됐다. 고령군에 따르면 축제 현장에 설치된 총 35개 부스 중 20여 개가 빙수 및 간식류 판매를 위한 부스였으며, 멜론을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와는 괴리가 컸다. 고령읍 주민 김모(49) 씨는 “축제 홍보물엔 멜론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지만, 현장에선 멜론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이미 출하된 멜론은 시장에 다 풀려 축제에 쓸 게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런 걸 축제라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방문객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멜론 콘텐츠 부족’에 대한 불만 응답률이 61%에 달했다.농민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성산면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박모(57) 씨는 “출하 이후라 멜론 수요가 몰리는 시점인데, 정작 지역 축제에는 메론이 없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그 돈이면 유통·저장 인프라 보강이나 온라인 마케팅에 투자했으면 더 의미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고령군의 재정자립도는 19.6%에 불과해 전국 평균(45.2%)보다 현저히 낮다. 이런 재정 상황에서 4억 원 규모의 단발성 행사에 예산을 집중한 점을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 ‘성과 만들기용 이벤트’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축제는 이남철 고령군수가 공약으로 내건 사업 중 하나다.    군의회 A 의원은 “멜론 축제를 표방하고도 정작 멜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기획 실패”라며 “군수 치적을 부각하기 위한 무리한 행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B 의원도 “이런 식의 단발성 행사는 농가에도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속 가능하고 체계적인 지역 특산물 육성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령군 관계자는 “축제 개최 시점이 멜론 출하 이후여서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번 행사는 고령의 여름 관광자원을 시험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멜론 수확 시기와 연계한 일정 조정, 콘텐츠 강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민과 농가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축제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농민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결과 중심의 기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행사 명분보다 실질을 우선하지 않으면, ‘멜론 없는 멜론 축제’라는 비판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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