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찾았다. 코로나 이후 몇 년 만에 떠난 가족 여행이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 제주만의 독특한 풍광을 기대하며 떠난 발걸음은 이내 혼란과 분노, 피로로 얼룩졌다.    그것은 단지 한 가족의 불운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공항, 숙소, 렌터카, 음식점 어디를 가든지 들려오는 관광객들의 한숨과 불만은 명백한 신호였다. 제주가 지금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성수기 제주 관광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공항에는 항공기 지연과 결항으로 쌓인 인파가 진을 치고 있고, 렌터카는 2~3배의 가격에도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숙박업소는 일방적 예약 취소, 이중 예약, 현장 요금 인상 등 기본적인 소비자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기상 악화라는 변수는 있었지만, 그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취약한 시스템, 그리고 도를 넘는 상술은 제주 관광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제주의 관광산업은 이미 양적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연간 1,5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은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주민과 자원의 한계를 시험하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얼마나 더 많은 관광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만 초점을 두는 행정과 업계의 태도다.    질적 성장보다는 수익 확대에만 집중하는 구조 속에서 제주 여행은 점차 ‘가성비 최악의 국내 여행지’로 인식되고 있다.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서비스 개선을 넘어선, 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첫째,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중 예약, 요금 사기, 바가지요금 등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소비자 기만이다.    지자체는 숙박과 렌터카 시장에 대한 실시간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불공정 사례에 대한 신속한 처분과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관광객 수용 한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관광은 곧 자원을 사용하는 일이다.    무분별한 유입은 지역 주민의 삶과 환경을 해치며 결국 제주 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 일정 수준의 예약제 도입, 관광 분산 정책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관광 주체 간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관광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다시 찾고 싶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업주, 행정, 주민 모두가 신뢰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제주는 여전히 매력적인 섬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행객의 불편과 불만이 누적된다면, 그 아름다움은 기억이 아닌 실망으로 각인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제주가 진정한 ‘관광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다. 편안하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제주 관광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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