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4년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 가까운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그중 상당수는 경북, 전북, 강원 등 전통적인 농산어촌 지역으로, 초고령화와 청년 유출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정작 예산 배분에서 지방을 뒷전에 두고 있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지역 균형발전 관련 사업은 대부분 삭감되거나 동결됐고, 지자체의 자체 대응 능력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균형발전 특별회계’조차 실질적으로는 수도권 대체 산업단지 조성이나 거점도시 육성에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    소멸위험 지역의 생활 인프라, 정주 여건 개선, 청년 유입 대책 등 핵심 현안은 여전히 후순위다.정부는 매년 ‘지방시대’를 외치며 다양한 비전을 제시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물론, 지방소멸 대응기금까지 마련됐다.    그러나 정작 예산 규모는 미미하다. 지난해 도입된 지방소멸 대응기금 1조 원은 전국 89개 시군에 분산되면서 지역별로는 연간 100억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열악한 지역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알아서 잘 쓰라’는 수준에 가깝다. 이 정도로는 인구 유출을 막기는커녕, 소멸 속도조차 늦추기 어렵다.더 큰 문제는 ‘지방분권’에 대한 정치권의 진정성이다.    말로는 “지방 살리기”를 외치지만, 실상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 현안은 정쟁에 휘말리거나 무관심 속에 묻히기 일쑤다.    특히 지역 인프라 사업은 수도권 외곽이 아닌 지방 중소도시일수록 ‘낙하산성 예산’ 혹은 ‘전시성 행사’로 치부되기 쉽다.    이는 결국 지역민의 삶의 질 격차를 확대하고, 청년 세대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지방소멸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예산의 ‘질’이 중요하다. 단순한 지원금 배분이 아니라, 지역이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적 투자가 절실하다.    교통, 교육, 의료, 문화 등 기본 생활 인프라 확충은 물론, 지역에 기반을 둔 산업 재편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예산 편성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지역에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지방이 사라지면 국토의 절반이 무력해진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도 지속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지방시대’를 슬로건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예산과 정책에서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말이 아닌 돈이, 선언이 아닌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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