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가균형발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해 온 지역활성화 사업이 줄줄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민심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비수도권 지자체는 “지방을 살리겠다더니 오히려 말라 죽게 하는 꼴”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언하며 지역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국토의 12%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린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예산은 뚜렷한 이유나 대안 없이 줄이고 있으니,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균형발전은 단순히 돈을 퍼붓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투자 없이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목표다.
특히 지방대학, 지역 일자리, 정주여건 개선 등 ‘지방에 살아도 수도권 못지않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하면 청년은 떠나고 기업은 외면하며, 지역은 고사하게 된다.
지금처럼 각 부처의 국지적 판단에 따라 지역사업을 구조조정할 경우, 지난 10년 넘게 쌓아 온 지역발전의 토대조차 무너질 수 있다.문제는 예산만이 아니다. 지방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율할 컨트롤타워 부재도 심각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위상이 애매해지고,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은 여전하다.
지방을 살리려면 중앙정부의 의지가 구체적인 예산과 법·제도 개편으로 드러나야 한다.
지금처럼 기획재정부의 칼질에 휘둘리는 구조로는 어떤 정권도 지역균형발전 공약을 책임 있게 실현할 수 없다.지방이 죽으면 국가는 무너진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돌려야 한다. 정부는 균형발전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걸맞은 재정적 뒷받침과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을 살리겠다”는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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