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 기자]지난 3월 말, 의성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이 바람을 타고 동해안을 덮쳤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는 그 불길이 가장 먼저 덮친 마을이었다.    주택과 농장, 임야가 속수무책으로 타들어갔다. 봄을 준비하던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었다.그로부터 두 달, 여전히 복구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이 많다. 그런 가운데 영덕문화관광재단이 지난 19일, 지품면 신안리를 찾아 농촌봉사활동을 벌였다.    산불 피해로 일손이 부족해진 농가를 돕기 위해서였다.재단 직원 20여 명은 신안리 복숭아 농가를 찾아 적과(솎아내기) 작업을 도왔다.    복숭아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이지만, 피해 복구와 생계에 쫓겨 손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지품면은 ‘복숭아정보화마을’로도 알려진 영덕의 대표적인 복숭아 주산지다.재단 관계자는 “농사일이 한창 바쁜 시기지만 피해 주민들은 생계나 주거 문제에 시달리느라 과수원 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적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불 속에서도 올해 농사를 포기하지 않은 농민들께 작은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영덕문화관광재단은 이번 농촌봉사 외에도, 산불 직후인 4월 한 달 동안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피해지역 이재민을 위한 한방 의료 지원과 구호물품 운반 등 다양한 복구 활동에 참여해 왔다.불은 지나갔지만, 그 자리에 남은 건 허탈함과 생계를 다시 일으켜야 하는 무거운 현실이다.    여전히 뜨거운 재 속에서 묵묵히 일어서는 농민들을 향해, 누군가는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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