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바람이 부는 땅 영덕, 지속가능한 미래는 왜 더디기만 한가2:도시인의 이상과 농촌의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영덕의 귀농촌3:‘서울처럼’이 아닌 ‘영덕답게’…지방다움을 지키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경북 영덕군은 일찍이 청정에너지 정책의 선봉에 서며 대규모 풍력단지와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파급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젊은 세대의 이탈과 공동화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경북도민방송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시리즈로 3회에 걸쳐,에너지 자립도시 영덕의 빛과 그림자를 집중 분석한다.<편집자주>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경북 영덕군 창수면 고래불 일대를 따라 이어지는 풍력 발전 단지는 일견 장관이다.
끝없이 이어진 완만한 능선 위로는 커다란 백색의 풍력발전기가 규칙적으로 솟아 있고, 이 거대한 구조물은 멈춤 없는 바닷바람을 힘차게 끌어안으며 쉼 없이 회전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연간 약 11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에 달해, `에너지 자립 도시`라는 영덕의 상징성을 뒷받침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이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는 땅에서, 그 혜택을 실감하며 살아가는 주민은 드물다는 점이야말로, 오늘날 영덕이 직면한 역설의 본질을 말해준다.풍력단지 조성 이후 외견상으로는 지역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풍력기업과의 부지 임대 계약으로 일부 주민의 수익이 발생했고, 지방세 수입도 일정 수준 증가했으며, 외부의 방문객 역시 늘었다.
그러나 발전소 주변 마을의 실상은 외지 자본 중심의 수익 구조와 지역 환원 미흡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으며, 발전 이익의 대부분은 수도권 대기업이나 외지 법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반면, 영덕군민에게 남겨진 것은 바람과 소음, 그리고 토지 이용의 제약뿐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영덕군의 청년층은 여전히 서울과 대구, 포항 등 대도시로 떠나고 있으며, 인구 유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에너지 산업이 지역을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라면, 그 산업이 지역 주민의 삶과 정주 여건, 그리고 자립 경제를 함께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영덕은 ‘성공적인 친환경 도시’라는 수식어에 비해 지나치게 조용하고 정적이다.
한 에너지정책 전문가는 “에너지 자립은 기술과 설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 구조의 지역 순환과 고용 창출, 삶의 질 개선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며 “지방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는 결국 ‘지역 소외형 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이 떠나는 아이러니 속에서, 영덕군은 ‘그린 성장’의 명분과 ‘지속가능한 지역’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바람만 돌고 있는 중이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영덕은 전국 최초로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며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시범지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익 환원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장 과정에서 주민 참여형 모델을 확대하고, 에너지 수익 일부가 지역 인재 양성과 공동체 복원에 쓰이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춰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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