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재난이란 사실을, 우리는 또 한 명의 노인 사망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주 경북 영천의 한 마을에서 80대 노인이 논두렁 옆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열사병 증세가 심각한 상태였고, 끝내 숨을 거뒀다.
소방당국은 이 노인이 무더위 속에서 야외에서 일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고령층, 특히 농촌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 ‘무더위에 쓰러져도 알아주는 이 없는’ 구조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대구의 상황도 심각하다. 도심 내 노숙인 보호센터는 포화 상태다.
일부 쉼터는 이미 낮 시간에 입장 마감이 이뤄지고, 야간 냉방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워서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걸어다닌다”는 노숙인의 말은 이 도시가 누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지를 묻고 있다. ‘폭염도 인권의 문제’라는 말이 결코 과하지 않다.
대구·경북 지역은 예년보다 이른 폭염에 연일 35도를 넘는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경산·의성·영천 등 내륙 지역은 체감온도 40도를 넘겼고, 대구는 전국 평균보다도 높은 열대야 일수를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한 달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보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 대응은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 ‘쉼터 위치 안내’, ‘냉방기기 절전’ 등 형식적인 홍보로는 이 재난의 본질을 마주할 수 없다.무더위 속에서 쓰러지는 것은 단지 기온 때문만이 아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사회적 고립과, 냉방 하나 맘대로 틀 수 없는 빈곤이 더위보다 더 치명적이다.
‘냉방비가 아까워’ 문을 꼭 닫고 지내던 독거노인이 응급실로 실려오는 현실은, 행정의 손이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지금이라도 각 지자체는 현장을 다시 살펴야 한다.
무더위 쉼터는 접근성과 냉방 수준을 점검하고, 특히 밤 시간대 운영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취약계층에게는 선제적으로 냉방비를 지원하고, 방문 돌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노숙인 보호체계는 긴급히 수용 인원을 늘리고, 이동형 냉방시설이나 야간 쉼터를 확보해야 한다.폭염은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누군가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집 안에서 견디고, 누군가는 쪽방, 쉼터, 거리 위에서 생존을 걱정한다.
대구와 경북이 공동체라면,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그늘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전력보다 생명, 시스템보다 돌봄이 먼저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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