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와 국지성 집중호우, 이상 고온 현상이 반복되며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밥상에 닥쳐오고 있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치솟고, 추석을 앞두고 식재료 수급 불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을 위협하며 밥상물가를 자극하는 현실을 더 이상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짧지만 강했고, 지역별 편차도 극심했다. 일부 지역은 침수와 병해충 피해로 농작물 수확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어지는 폭염은 과일과 채소의 생육을 방해하고, 가축의 폐사율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농산물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를 보면 상추, 열무, 오이, 사과 등 주요 품목이 전년 대비 20~50%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입장에선 체감 물가 상승이 더욱 뼈아프다.기후위기는 이제 농업의 ‘불확실성’이 아닌 ‘상수’가 되었다. 문제는 우리 농업이 이 변화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기후 대응 품종 개발, 기상 예측의 정밀도 향상, 농업 기반시설 현대화, 재해 보상 체계 정비 등이 시급하다.    특히 소농 중심의 구조에서는 한두 번의 자연재해만으로도 영농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식량안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전방위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수입 농산물로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도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계적인 기후 불안정과 공급망 교란 속에 국제 식량 가격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주요 수출국의 작황 부진이나 수출 제한 조치 하나에 국내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수입 의존이 높을수록 국내 농업 기반은 더욱 약화된다. ‘싸게 사다 쓰면 된다’는 인식은 이제 위험하다.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중장기 농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단기 대책만으로는 날로 심화되는 이상기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없다.    농민들에게는 과학기반의 영농 기술을 지원하고, 소비자에게는 가격 안정과 품질 높은 국산 농산물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식량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밥상물가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식량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물가, 농업, 먹거리, 국민 건강까지 직결된 삶의 문제다. 지금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식량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