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금융기관이 태생적 뿌리를 두었던 지역을 외면하고 수도권으로 영업망을 집중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지방은행들이 잇달아 사명을 변경하거나 전국구 은행으로 변신을 선언하며 본점 기능과 지점망을 서울에 집중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는 수익 다변화와 성장 전략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정작 지역민들의 체감은 ‘우리 은행이 사라지고 있다’는 상실감으로 이어지고 있다.은행은 단순한 금융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지역 경제 생태계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중소기업 대출, 서민금융 지원, 지역 공공사업 참여 등은 지방은행의 설립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점포 확장은 본거지의 지점 통폐합으로 직결되고, 이는 곧 지역민 금융 접근성 악화로 이어진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방에서 지점 감소는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위험이기도 하다.더 큰 문제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다. 지방은행이 수도권 기업 대출에 비중을 두게 되면, 지역에서 모인 예금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흘러간다.
이는 곧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의 붕괴를 의미한다. 지역에 뿌리내린 은행이 오히려 지역 자금을 외부로 빼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물론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수도권 시장은 기업 금융과 개인 자산관리 수요가 크고, 금융산업의 경쟁 환경 역시 전국 단위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체성을 버린 전국화 전략이 과연 장기적 생존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의 신뢰’를 잃은 은행은 결국 정체성 없는 은행으로 전락할 수 있다.지방금융의 수도권 집중은 단순히 특정 은행의 경영 전략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 과제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건전한 지역 기여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본점 기능 유지, 일정 비율의 지역 대출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지방은행 스스로도 지역민과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재정립해야 한다.지역 없는 금융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수도권 쏠림을 넘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길이야말로 지방은행의 진정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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