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내 곳곳에 내건 홍보성 현수막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안전과 신뢰가 최우선이어야 할 원전 운영 주체가 시민을 상대로 ‘보여주기식 홍보’를 벌인 것은 명백한 기만 행위다.
경주시민을 우롱하는 이런 처사가 어떻게 공기업의 이름으로 가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원자력 발전은 특성상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때문에 운영기관은 지역민과의 신뢰 구축을 무엇보다 중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현수막은 불편한 현실을 외면한 채 ‘안전하다’는 식의 일방적 메시지만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지진대응, 환경영향 등 핵심 쟁점에는 침묵하면서 표피적 문구로 포장한 것이다.
이는 문제 해결은커녕 불신만 키우는 졸속 홍보다.더구나 지역민과 사전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주민의 동의 없는 홍보는 소통이 아니라 강요이며, 그 자체로 모욕에 가깝다.
결국 월성원전은 신뢰를 쌓기는커녕, 스스로 불신의 벽을 높이는 결과를 자초했다.이제는 미봉책이 아니라 책임 있는 해명과 공개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현수막 설치 과정과 의도를 명확히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더 이상 ‘안전하다’는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원전 안전성과 정책 현안을 놓고 시민과 투명하게 토론하고 검증받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경주시민은 더 이상 보여주기식 홍보에 속지 않는다. 원전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다.
월성원전은 이번 사태를 가벼운 해프닝쯤으로 치부하지 말고, 시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잃게 한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수막 한 장이 드러낸 민심을 무겁게 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