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위기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 공동화로 지역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본지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기획의 일환으로 봉화군의 현실과 변화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1:사라지는 마을, 남아 있는 사람들 2:송이와 한약우, 자연이 키운 산업 3:머물고 싶은 도시, 사람의 봉화로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청정산골 봉화군이 ‘인구 절벽’의 현실과 맞서고 있다.   2000년 4만7천여 명이던 봉화군 인구는 2024년 현재 3만 명 선으로 줄었다. 지난 10년 동안 6천 명이 빠져나갔고, 고령화율은 45%를 넘어섰다.면 단위로 들어가면 더욱 심각하다. 춘양면, 법전면, 재산면 등 대부분의 마을은 이미 노년층이 주민의 절반을 넘겼다.“요즘은 농사보다 일꾼 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춘양면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70대 농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엔 동네에서 품앗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다 늙어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요. 외국인 근로자 없으면 농사 접어야지요.”봉화군은 이런 농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운영 중이다. 봉화농협이 30명, 춘양농협이 2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확보해 4월부터 11월까지 농번기 일손을 돕는다. 외국인 근로자 덕에 한숨 돌리는 농가도 있지만, 지역의 근본적 문제는 여전하다. “사람이 떠난 농촌은 일시적 대책으로는 살릴 수 없습니다.” 봉화군청 관계자의 말이다.◆공동체의 붕괴, 빈집이 늘어가는 산촌마을봉화읍 외곽으로 들어서면, 빈집과 폐가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한때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마을 회관은 이제 노인정으로 바뀌었다. 전체 주택의 20% 이상이 비어 있거나 휴경지로 변했다.마을버스는 하루 두 번뿐이고, 청년층은 일자리와 교육 여건을 찾아 모두 도시로 떠났다. 봉화군의 청년 인구(만 19~39세)는 3천 명에 불과하다. 군이 운영하는 귀농·귀촌 정착 지원사업, 청년농부 육성사업,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이어지고 있지만, ‘머물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청년은 돌아오지 않는다.재산면에서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관계예요. 젊은 가족이 한 팀만 들어와도 마을이 다시 살아나는데, 그걸 이끌어주는 게 행정의 역할 아닐까요?”◆ “작지만 지속 가능한 농촌이 해답이다”봉화군은 단순한 인구 유입보다 ‘지속 가능한 농촌공동체’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촌형 일자리, 문화공간 조성, 귀농인 커뮤니티 지원 등으로 지역 안에 삶의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박현국 봉화군수는 “사람이 돌아와야 지방이 산다”며 “귀농·귀촌 지원과 함께 농업, 문화, 교육이 결합된 자립형 지역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그는 또 “지금은 ‘개발’보다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할 때”라며 “지역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희망의 싹, 변화를 꿈꾸는 현장봉화읍 해저리에서는 청년 귀농인 몇 명이 폐가를 리모델링해 공동체형 농장을 운영 중이다. 한약우 농가와 연계해 한방식품을 개발하고, 송이버섯 가공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봉화는 아직 가능성이 많다”며 “청정 자연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농촌을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결국 사람의 의지였다. 빈집이 늘어도, 논이 비어도, 봉화에는 여전히 마을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봉화의 내일이 시작되고 있다.   봉화군 관계자는 “농촌의 인구 감소는 단순히 출산율 문제가 아니라 지역 내 일자리와 생활 기반의 부족이 더 큰 원인”이라며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귀농·귀촌 정착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문화·복지 등 생활 전반의 여건을 개선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층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창업과 주거, 가족 돌봄이 가능한 정주 환경을 조성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제도 확대를 통해 농번기 일손 부족 문제도 단계적으로 해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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