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의 전설 품은 산, 가을빛으로 물들다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가을의 문턱에서 청송 주왕산은 다시 한 번 천하의 풍경을 펼친다.
돌길 사이로 흐르는 주방계곡의 물소리는 깊고 맑다. 산자락을 따라 단풍이 붉게 물들고, 바위 절벽엔 햇살이 비쳐 금빛을 띤다.
주왕산은 신라 시대 반란을 일으켰다는 주왕(周王)의 전설을 품은 산이다. 역사의 그림자와 자연의 품격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가을은 유난히 느리게 흐른다.
◆폭포 따라 걷는 계곡길, 가을의 정점주왕산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주방계곡 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선 협곡 사이로 세 개의 폭포가 이어진다.
제1폭포의 물줄기는 가늘지만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수려함이 있고, 제2폭포에서는 쏟아지는 물보라 속으로 햇살이 스며든다.가장 깊숙한 곳의 제3폭포는 가을 주왕산의 백미다.단풍잎이 물 위를 천천히 흘러가고, 여행객들은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그 장엄함에 숨을 고른다. 산 전체가 붉고 노란 파도처럼 출렁인다.◆용추폭포와 절벽길, 자연이 빚은 예술용추폭포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곳곳의 바위 절벽이 만들어내는 형태는 예술 작품 같다.
‘학소대’와 ‘급수대’, 그리고 ‘용추대’ 등 이름난 기암들은 모두 오랜 세월 바람과 물이 새겨 놓은 조각품이다.청송의 가을 하늘은 높고 맑다.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숨결이 고요해진다.이곳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폭포의 소리, 바람의 결, 낙엽의 흔적이 그 자체로 대화다.◆주왕산 아래의 마을, 느림의 미학하산길에 접어들면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의 상의마을이 반긴다. 돌담길 사이로 국화꽃이 피어 있고, 할머니들이 도토리묵과 산채비빔밥을 내놓는다.
이곳의 밥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산의 향기와 사람의 정이 담겨 있다. 최근 청송군은 ‘슬로시티’ 지정 이후,주왕산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여행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대신 걸음으로, 속도 대신 풍경으로 여행을 채우는 사람들에게 청송은 ‘쉼’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일깨운다.◆여행자의 눈으로 본 주왕산의 가을주왕산의 가을은 짧지만 깊다.폭포의 물줄기와 단풍, 그리고 돌담길의 따뜻한 미소까지 모든 것이 자연의 시간 안에서 이어진다.누군가는 “가을엔 주왕산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그 말처럼,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풍보다 더 붉게, 사람의 마음을 물들인다.자연의 원형을 간직한 청송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통해 ‘느림의 여행’을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