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의 꿈’이 청년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등지로 출국한 20대 청년들의 실종이 잇따르고 있다. 가족들은 “살려달라”는 마지막 영상통화를 믿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본지는3회에 걸쳐 ‘캄보디아 블랙홀’로 불리는 동남아 취업사기 실태와 지역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추적해 본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 1:사라진 청춘들, 캄보디아 블랙홀에 빠지다2:“지옥 같은 콜센터”… 감금과 폭행의 현장. 3:정부·지자체 대응 공백… 청년은 누가 지키는가   ◇예천 청년, “아들 찾게 해달라”… 캄보디아서 연락 두절[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경북 예천군에 사는 20대 김모(25)씨는 지난 6월 말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있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떠났다.    하지만 출국 열흘 만에 가족과의 연락이 끊겼다. 김씨의 어머니 박모(58)씨는 “처음엔 와이파이 문제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영상통화가 걸려왔고, 아들이 눈물로 ‘엄마 나 갇혔어’라고 했다”며 오열했다. 이후 김씨의 SNS와 은행 계좌에서는 낯선 접속 흔적이 발견됐고, 현지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수사는 4개월째 진척이 없다. 예천경찰 관계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 현지 경찰에 협조 요청은 했지만, 범죄조직 관련 정황이 있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대구 청년 두 명도 실종… “계좌번호 알려달라” 문자 후 잠적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던 20대 남성 A씨(27)는 지난해 12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출국 직후 어머니에게 “급히 돈을 보내달라,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만 남긴 채 연락이 끊겼다.    가족은 올해 3월 실종 신고를 접수했지만, 아직까지 위치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A씨 누나는 “전화기 너머에서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들었다”며 “그 뒤로는 전화가 꺼졌다.    외교부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현지 수사 협조 중’이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 출신 B씨(24)는 6월 말 태국을 거쳐 캄보디아 국경지대로 이동한 뒤 종적을 감췄다.    출국 전 그는 친구에게 “고액 알바라는데, 안전요원 일이라 쉬워 보인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캄보디아 현지 “한국 청년 대상 사기 조직 활동 활발”현지 교민사회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한국 청년을 노린 ‘가짜 취업 알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프놈펜 인근 카지노·코워킹 오피스 건물에서는 “고수익 IT직종”, “콜센터 운영” 등을 내세워 청년들을 현지로 유인한 뒤 여권을 압수하고 감금·폭행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출신 피해자 가족 모임의 한 관계자는 “실종자 대부분이 ‘고수익·안전한 일자리’라는 말에 속아 출국했다”며 “일부는 온라인 브로커를 통해 모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하루가 한 달 같다”… 속 타는 가족들예천의 김씨 어머니는 최근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섰다. ‘아들 좀 찾아주세요. 정부는 뭐합니까’. 그는 “다른 가족들도 같은 처지다. 정부가 빨리 나서달라”며 눈물을 삼켰다.대구의 A씨 누나도 “대사관이 수사기관 눈치만 보고 있다. 우리에겐 하루가 한 달 같다”고 호소했다.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사이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접수된 한국인 감금·취업사기 피해 신고는 330건으로, 지난해(220건)보다 50% 넘게 증가했다.◇수사 지연의 벽… “국제공조 현실적으로 한계”경북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캄보디아 내 인신매매나 감금 사건은 현지 수사 의지에 크게 좌우된다”며 “우리 경찰이 직접 수사할 권한이 없어 외교부·현지 공안 간 공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외교부 역시 “현지 당국과 공조해 피해자 소재 확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 구조나 송환 사례는 극히 드물다.◇전문가 “해외취업 사기, 구조적 대응 필요”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김정민 교수는 “청년층의 취업난이 범죄조직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며 “단순 사건 대응이 아닌 ‘출국 전 사전 경고 시스템’과 ‘피해자 조기 구조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또한 “경찰청과 외교부 간 정보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대구·경북 공항 출국 단계에서 고위험 국가로 향하는 청년들에게 별도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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