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사라진 한국 청년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이 탈출에 성공하며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고수익 알바’의 이름 아래, 청년들은 콜센터와 불법 온라인 조직에 감금돼 있었다. 본지는 2회차 에는 현지 피해자 증언과 국제 NGO 취재를 통해 ‘캄보디아 블랙홀’의 내부를 들여다봤다.<편집자주>글싣는순서
1:사라진 청춘들, 캄보디아 블랙홀에 빠지다2:“지옥 같은 콜센터”… 감금과 폭행의 현장. 3:정부·지자체 대응 공백… 청년은 누가 지키는가
◇“하루 14시간 근무, 도망치면 전기 고문”“도망치다 잡히면 전기로 손을 지졌어요. 일 안 하면 밥도 안 줬어요.”
지난 8월 탈출에 성공해 귀국한 대구 출신 피해자 C씨(29·가명)는 기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했다.그는 지난해 말 한 구직 카페를 통해 ‘캄보디아 IT 콜센터 채용 공고’를 보고 현지로 갔다.
하지만 도착 직후 여권을 빼앗기고, 곧바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콜센터로 끌려갔다.
“하루 14시간씩 일했어요. 안 하면 맞았어요. 수익 목표를 못 채우면 ‘패널티’라고 해서 물고문을 시켰습니다.”그의 팔에는 전기충격 자국으로 보이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한국인 직원이 10명 정도 있었는데, 다들 도망치려다 붙잡히곤 했어요. 나중엔 포기하더라고요.”◇현지 조직, ‘고용 브로커 → 리크루터 → 감금 운영팀’ 3단계 구조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등지에서 활동하는 불법 조직은 “채용·운송·감금·착취”의 네 단계를 통해 피해자를 통제한다.▲국내 브로커 – SNS나 구직 카페에서 “해외 IT직, 숙식 제공, 월 500만 원” 등의 문구로 유인▲해외 리크루터 – 공항 픽업, 숙소 제공을 명목으로 여권 압수▲현지 운영팀 – 도박·보이스피싱 콜센터에 배치, 목표 달성 실패 시 폭행 및 감금
현지 NGO ‘KH-SAFE’ 관계자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청년들이 불법 온라인 조직에 납치·감금돼 있다”며 “국경 인근에만 30여 개의 ‘감금형 콜센터’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감시 카메라 30대, 창문엔 쇠창살”… 자유 없는 생활피해자 D씨(26·구미 출신)는 올해 5월 경찰의 공조로 구조됐다.
그는 “모든 방마다 CCTV가 설치돼 있고, 이동할 땐 허가를 받아야 했다”며 “한 명이 도망치면 모두 벌을 받았다”고 말했다.그는 “창문마다 쇠창살이 있고, 화장실 문에도 자물쇠가 달렸다”며 “한국에 연락하고 싶으면 관리자 눈치를 봐야 했다”고 증언했다.
“어느 날, 같이 있던 친구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혔어요. 다음날 사라졌죠. 그 뒤론 아무도 말을 안 했어요.”◇캄보디아 ‘디지털 노예 공장’의 실체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서 사이버사기 콜센터가 산업적으로 조직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아누크빌 지역은 중국계 자본이 만든 복합단지 내에서 이런 조직이 집중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캄보디아 내무부도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불법 콜센터에서 감금된 외국인 1,400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피해자 대부분은 여전히 미확인 상태다.대구 외사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현지 콜센터는 일반 기업 형태를 가장해 합법적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있어, 단속과 수사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탈출의 대가, “자유의 몸값은 2천 달러”탈출에 성공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몸값 요구’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현지 조직은 피해자 가족에게 “석방하려면 돈을 보내라”며 SNS·메신저를 통해 협박을 이어간다.C씨도 “관리자가 ‘너 나가고 싶으면 2천 달러 내라’고 했다”며 “결국 친척이 돈을 보내준 뒤에야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는 송금 후에도 풀려나지 못한 채 행방불명 상태로 남았다.◇현지 구조 활동하는 한국인 NGO “정부 지원 절실”프놈펜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NGO 관계자 이모(43)씨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한국인만 수십 명”이라며 “하지만 정부 차원의 현지 지원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사관은 ‘현지 경찰에 협조 요청 중’이라는 답만 반복한다”며 “민간 단체가 대신 구조비를 모금해 움직이는 실정”이라고 밝혔다.◇대구경북 경찰 “국제공조 강화”… 하지만 ‘속도전 한계’경북경찰청은 지난 9월 외사과 중심으로 ‘해외 취업사기 전담반’을 구성해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다.대
구지방경찰청 역시 “외교부와 실시간 공조 체계를 유지하며 피해자 소재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현지 법률과 수사 관할권 문제로 직접 개입은 어렵다”며 “사건 인지 후 구조까지 평균 4~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전문가 “청년 취업난이 범죄의 먹잇감 됐다”대구한의대 범죄심리학과 A교수는 “청년층의 절박한 구직 심리를 이용한 전형적 신종 인신매매형 범죄”라며 “출국 전 교육과 SNS 브로커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캄보디아 사태는 단순한 해외 실종이 아니라 청년의 생존권 문제”라며 “정부가 외교·치안·노동부를 묶은 ‘해외 청년보호 컨트롤타워’를 즉시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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