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블랙홀’로 불리는 해외 취업사기 실종 사태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하지만 정작 정부의 대응은 느리고,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대구·경북 청년들이 해외에서 사라지는 동안, 누가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었는가.본지는 ‘대응 공백의 그늘’을 끝으로 3회차 취재를 마무리한다.<편집자주>글싵는순서1:사라진 청춘들, 캄보디아 블랙홀에 빠지다 2: “지옥 같은 콜센터”… 감금과 폭행의 현장 3:정부·지자체 대응 공백… 청년은 누가 지키는가   ◆“외교부는 말만 하고, 지자체는 아무 것도 안 한다”[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아들이 캄보디아에 끌려가 생사도 모르는데, 정부는 회신 한 통 없어요.” 경북 예천의 피해자 어머니 박모(58)씨는 기자에게 외교부와의 연락 내역을 보여줬다. “3개월 동안 전화만 20통 넘게 했어요. 대사관은 ‘현지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만 합니다.현지 구조팀이 없다면 한국 정부라도 직접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구 달서구 피해자 A씨 가족도 비슷한 상황이다. “캄보디아 프놈펜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가족이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A씨 누나는 “도대체 누가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외교부 “현지 공조 중”... 하지만 실질적 구조 ‘0건’외교부는 “현지 경찰과 협력해 피해자 소재 확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대구·경북 출신 실종자 가운데 구조 또는 송환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관계자는 “현지 당국의 협조 없이는 강제 구조가 불가능하다”며“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출국 전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예방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생명을 구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한 NGO 관계자는 “정부의 공조가 너무 느리다. 24시간이 지나면 피해자는 팔려나간다”고 지적했다.◆대구·경북 지자체 “관할 아니다”… 책임 떠넘기기 여전대구시와 경북도는 ‘해외 취업 사기 실종자’ 관련 대응 체계가 전무하다. 대구시 일자리경제국 관계자는 “해외 취업 지원은 중앙정부 소관”이라며“지자체 차원의 피해 대응 매뉴얼은 없다”고 답했다.경북도 관계자도 “출국 후 발생한 일은 외교부와 경찰청이 담당한다”며“현재는 개별 민원 수준으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청년 정책이 고용·복지·안전으로 나뉘어 있어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YWCA 관계자는 “청년을 해외로 내보내기 전 단계부터 실질적인 안전교육과 검증 절차를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제도는 있지만 작동 안 해… ‘실종자 가족은 방치 상태’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외국민보호 강화 지침’을 시행 중이다.그러나 실제 피해자 가족들은 이 제도의 존재조차 모른다.예천 피해자 가족 박씨는 “외교부 사이트에도 관련 안내가 없었다”며“사건 접수 후 담당자조차 바뀌어 연락이 끊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캄보디아 현지 구조를 돕는 한 NGO는 “정부의 보호 요청 프로세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실효성이 없다”며 “긴급 구조 예산과 전담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전문가 “지자체 중심의 ‘청년 해외안전센터’ 필요”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A 교수는 “대구·경북처럼 청년층의 해외 취업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지자체 차원의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청년들이 ‘정부 공인 해외취업’과 ‘사기 알선’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대구·경북 지자체가 직접 해외 고용정보를 검증하고, 위험국가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출국 전 교육, 가족 신고 시스템, 귀국자 심리 지원까지 지자체가 통합 관리하는 ‘청년 해외안전센터’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청년은 사라지고, 시스템만 남았다”캄보디아에 사라진 청년들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그들의 가족은 매일 새벽 휴대폰을 붙잡고 “혹시 오늘은 연락이 올까” 기다린다.그러나 그 기다림에 응답하는 정부는 없다.대구 출신 탈출 피해자 C씨는 이렇게 말했다.“그곳은 일터가 아니라 감옥이었어요. 하지만 더 무서운 건, 한국에 돌아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겁니다.”청년이 사라지고, 시스템만 남았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관할이 아니다’라는 말 대신 “당신의 아들을 구하겠다”는 약속으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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