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깊어지면 사람의 발길은 자연스레 남쪽으로 향한다. 동해의 푸른 물결과 백두대간의 숨결이 맞닿은 곳, 경북 영덕은 ‘바다의 고장’을 넘어 ‘길 위의 고장’이다. 이번 지제기행에서는 대게의 고향이자 블루로드의 도시, 영덕의 풍경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편집자주>
◆푸른 선율이 흐르는 해안, 블루로드를 걷다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영덕 여행의 첫걸음은 늘 바다에서 시작된다.
영덕해맞이공원에서 남정면 해안까지 이어지는 영덕 블루로드 A코스는 동해안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손꼽힌다.해풍에 흔들리는 억새와 붉게 물든 해송숲길 사이로, 하얀 등대와 푸른 파도가 번갈아 시야를 채운다.
가을 햇살 아래,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바다의 향기가 짙어지고, 발끝에서 파도가 말을 건넨다.“이 길을 걸으면 마음이 맑아져요.”
영덕읍 강구항에서 만난 60대 한 주민은 웃으며 말했다. “바다와 사람이 함께 사는 동네지요. 바다 냄새가 밥 냄새보다 익숙한 게 우리 삶이에요.”
◆대게의 고향, 강구항의 활기
강구항 어시장은 가을이 되면 다시금 생동한다. 갓 잡은 대게들이 수조 속에서 붉은 발을 휘저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상인들의 손끝은 쉼이 없다.
한 상인은 “11월부터 본격적인 영덕대게 철이 시작돼요. 올겨울엔 수온이 좋아서 씨알이 굵을 겁니다”라며 기대를 전했다.
시장 밖으로 나오면 항구를 감싸는 ‘대게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영덕의 상징인 대게는 이제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 정체성이 됐다.
강구항 일대의 해안카페와 수산음식점들은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붐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껏 게살이 오른 대게를 맛보는 순간, 여행의 피로가 사라진다.
◆산과 문화가 어우러진 영덕의 속살영덕은 바다의 도시이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표정이 있다.
창수면의 영덕풍력발전단지는 해안 절벽 위로 펼쳐진 거대한 풍차군락으로, 일몰 시간에 맞춰 서면 하늘과 바다, 바람이 빚어낸 거대한 스케치북이 열린다.
또한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서는 미래형 에너지 산업의 체험과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조용한 마을길로 접어들면 ‘괴시리 전통마을’이 있다. 조선 중기 양반가옥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줄지어 서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시간의 결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떠났지만, 이 고택들이 우리 마을의 자존심이에요. 여행객들이 다시 찾아오면서 마을이 숨을 되찾고 있습니다.”
◆가을빛 따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영덕의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묵직하고, 느리다. 바람에 실린 파도 소리, 저녁노을 아래 물드는 어촌의 지붕들,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가 영덕의 진짜 풍경이다.
해안선을 따라 걷고, 대게를 맛보고, 고택의 시간 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깊어지고, 가을이 익는다.영덕군 관광과 관계자는 “영덕은 바다·산·문화가 모두 공존하는 복합 관광지입니다. 블루로드 걷기와 대게축제, 전통마을 체험 등 사계절 모두 다양한 여행 자원을 갖추고 있습니다”라며 “특히 가을철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맞춤형 코스도 운영 중이니 많은 방문을 바랍니다”고 밝혔다.
[문의]영덕군청 관광과 (054-730-6390)
[여행 Tip] 영덕에서 꼭 들러볼 곳영덕해맞이공원 : 동해의 일출 명소.영덕 블루로드 A·B코스 : 해안 절경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길.강구항 대게거리 : 영덕대게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괴시리 전통마을 : 조선시대 고가옥 군락지, 전통문화체험 가능.풍력발전단지 : 해안 절벽 위의 장관, 포토존 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