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풍경은 바다에서 들로, 들에서 산으로 옮겨간다. 이번 여정은 내륙 깊은 곳, 청송과 영양으로 향한다. 영덕의 푸른 바람이 해안선을 따라왔다면, 이곳은 산의 향기와 사람의 손끝이 어우러진 ‘내륙의 계절’이다. 단풍이 절정에 이른 산과 물, 그리고 그 속의 마을들이 ‘가을의 결’을 보여준다.<편집자주>       ◆산이 만든 마을, 물이 품은 시간[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청송에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진다. 주왕산의 능선이 만든 구릉 위로 안개가 걷히면, 단풍이 산자락을 타고 불처럼 번진다.    주산지의 고요한 수면 위로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고, 그 물결이 미세한 파문을 그리며 계절의 시간을 담는다. 이른 새벽, 주산지의 물안개 속에서 사진작가들은 삼각대를 세우고 빛을 기다린다.    어느 작가는 “청송의 가을은 말이 아니라 기다림으로 찍는 풍경”이라며 “바람 한 점, 햇살 한 줄이 다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영양, 인문이 깃든 고요한 땅 청송에서 북쪽으로 30분 남짓 달리면 영양이다. 이곳은 ‘지리의 끝이자 문화의 중심’이라 불린다. 산이 길을 막지만, 그 속에 사람의 길이 뚫려 있다. 두들마을(석보면)은 조선시대 학자들이 은거하며 글을 쓰던 곳으로, 지금도 고택마다 가을국화 향이 흐른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두들한옥체험관에서는 옛 선비들이 썼던 목판 인쇄체험이 가능하다. 또 다른 명소인 영양 두들마을 장승공원은 목재의 향과 함께 세월의 흔적을 전한다.    ‘천년의 나무’라 불리는 장승마다 주민들이 매년 손수 색을 입히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신다.     ◆가을, 농부의 손끝에 머물다 청송의 사과밭은 이 계절의 상징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붉은 사과들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청송 현서면의 한 사과 농가는 “올해는 일조량이 좋아 당도가 높다”며 “가을 햇살이 이 고장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영양의 고추 건조장은 또 다른 가을의 색이다. 붉은 고추가 지붕 위를 덮고, 장독대 사이로 노을이 내려앉는다. 이곳의 가을은 화려하지 않지만, ‘살아가는 온기’로 가득 차 있다.     ◆바람과 사람, 길이 되는 시간청송과 영양은 ‘길의 고장’이다. 청송 주왕산에서 영양 입암산으로 이어지는 내륙 트레킹길은 가을철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산책로 곳곳에는 ‘쉼터형 전망대’가 조성돼 있어 단풍과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영양군 관계자는 “영양은 올해 ‘인문학길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며, 관광과 지역문화가 어우러지는 길 문화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느리게 걷는 행복, 가을이 머무는 곳 청송의 산길을 따라 걸으며, 문득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영양의 들길에서는 저녁 짚불에 고추를 말리는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여행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시간과 숨결을 ‘함께 느끼는 일’이다. 청송과 영양의 가을길은 빠름이 아니라, 느림으로 완성된다.◆여행메모대표 코스 : 주왕산~주산지~청송읍 고택거리 / 영양 두들마을~입암산 둘레길추천 시기 : 10월 중순~11월 초 (단풍 절정)특산품 : 청송사과, 영양고추, 두들목판, 전통된장문의 : 청송군 문화관광과 ☎ 054-870-6114 / 영양군청 관광정책팀 ☎ 054-680-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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