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바다는 여전히 풍요롭다. 그러나 ‘대게의 고장’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는 인력 고령화, 자원 고갈, 산업 정체라는 구조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본지는 3회에걸쳐 ‘어업이 영덕의 원동력이다’ 시리즈를 통해 어촌 현장의 목소리와 지속가능한 해양경제의 길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1:어민의 땀으로 지탱되는 푸른 경제”2:“청년이 떠난 항구, 사람이 돌아와야 산다”3:청년이 돌아오는 바다, 지속가능한 어촌공동체의 실험
◇ 대게로 상징되는 바다의 도시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영덕군은 대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매년 겨울이면 강구항과 축산항에는 수백 척의 대게잡이 어선이 불빛을 밝히고, 전국의 관광객이 몰린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호황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어획량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연근해 자원은 고갈 위기에 놓여 있다.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은 약 6,800톤으로, 2015년 1만 2,000톤에서 급감했다.
◇ “대게는 줄고, 어민은 늙는다”
강구항에서 만난 60대 어민 이모 씨는 “지금 배를 타는 사람 중 절반은 60살이 넘었다.
젊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기술은 있지만 후계자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덕군 전체 어업인 중 58세 이상이 55%를 차지한다.
젊은층 유입이 거의 없는 구조적 문제는 곧 지역 인구감소로 이어진다. 한때 4만 명을 넘었던 영덕군 인구는 올해 3만 2천 명대까지 떨어졌다.
◇ 어민 삶은 ‘위험과 불안’의 연속
대게잡이는 수온, 기상, 해류 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고위험 직종이다.
거친 파도 속에서 조업을 이어가다 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체계는 미비하다.
한 어민은 “파도에 배가 뒤집혀도 ‘운’이라고 말한다. 보험료도 비싸고, 사고 나면 책임질 기관도 없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유가 상승과 어구비 폭등으로 어민 소득은 줄고 있다. 2021년 1ℓ당 1,000원이던 어선용 경유가 최근 1,800원을 넘어섰다.
◇ “청년이 돌아오는 바다 만들어야”
영덕군은 청년 어업인 육성사업과 귀어 창업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귀어정착 지원금과 어선 현대화 자금 등을 확대하며, 2030세대 귀어인을 유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수산도시는 사람이 돌아와야 가능하다”며 “청년이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어촌공동체 회복이 목표”라고 말했다.
◇ 해답은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전문가들은 어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단순 조업을 넘어 2·3차 산업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는 “자원 의존형 구조를 벗어나 수산물 가공, 해양관광, 어촌체험 등 복합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지역 브랜드와 기술이 결합돼야 영덕의 바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바다의 위기, 지역의 경고
영덕군의 어촌은 여전히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를 넘지 못하면, ‘대게의 고장’이라는 이름조차 허울뿐이 될 수 있다.
어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이자 삶의 뿌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다를 지키는 사람’을 지키는 일이다.
◇영덕군 관계자 멘트영덕군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수산도시는 결국 사람이 돌아와야 가능하다”며“군은 청년 어업인 육성사업과 귀어·창업 지원, 어선 현대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또 “어민이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도록 안전 장비 보급과 보험료 지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단순히 수산물을 잡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유통·관광과 연계한 복합 해양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이어 “영덕의 바다는 여전히 경쟁력이 크다.어민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며“청년이 돌아오고, 마을이 살아나는 ‘지속가능한 어촌공동체’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