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은 단순한 교통 구역이 아니다. 그곳은 사회가 어린이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이자,
지역 공동체의 안전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스쿨존은 여전히 ‘보호구역’이라는 이름만 남았다.
현장은 무질서하고, 단속은 느슨하며, 행정의 손길은 멈춰 있다.최근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에서 나오던 초등학생이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32건, 부상자는 33명에 달했다.
경북에서도 24건의 사고가 발생해 25명이 다쳤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 건수가 줄지 않는 현실은 스쿨존 제도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대구경찰청 자료를 보면, 대구에서 발생한 스쿨존 사고의 70% 이상이 보행 중 사고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이가 피해자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대구 지역 스쿨존의 약 85%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다. 경북의 경우 통학로 보도 설치율이 전국 최하위권인 26%에 머문다.
법은 강화됐지만, 행정과 인프라는 여전히 제자리인 셈이다.스쿨존이 ‘생명 보호구역’으로 작동하려면 표지판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속 카메라와 신호체계, 불법 주정차 방지시설 등 물리적 안전장치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통학 시간대 교통지도 인력도 늘리고,
학교·지자체·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상시 점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 편의 중심의 안전정책은 어린이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어린이가 안전하게 등하교하지 못하는 도시는 결코 안전한 도시가 아니다.
대구·경북은 이제 ‘표지판 행정’에서 벗어나 실질적 안전이 담보되는 스쿨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쿨존은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지키는 사회의 약속이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양심도 함께 흔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