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국가적 프로젝트다.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 향후 10년간 총 10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러나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기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역에서 실제로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쌓여만 가는 것은 정책의 목적과 수단이 엇박자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배분된 3조5천억여 원 중 실제 집행된 예산은 62.5%에 불과하다.
첫해 90%대였던 집행률은 지난해 56%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단순히 행정 처리 지연으로 설명될 수준이 아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인구 감소 대응’이라는 본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경북의 기초 지자체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광역단위에서는 비교적 높은 집행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시·군 대부분은 예산 집행이 지지부진하다.
경주시와 울릉군은 올해 한 푼도 쓰지 못했고, 김천·청송·영양 등도 10% 미만에 그쳤다.
일부 시·군만이 절반가량 집행했을 뿐, 전체적으로 보면 기초단체가 제도의 내용을 이해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역량부터 점검해야 할 수준이다.문제의 핵심은 구조적이다. 기금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의 유형이 관광·문화 중심으로 제한되다 보니 인구 증가라는 목표와의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외지 관광객을 잠시 유입시키는 사업으로는 정주 인구 확대라는 근본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지자체가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일단 예산을 확보하려는 데 그치면서 ‘기금 따내기 경쟁’만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행정 절차 지연이나 토지 보상 문제도 있지만, 본질은 정책 설계의 미비다.
정부는 인구 감소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정작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만한 사업의 폭을 좁혀 놓았다.
중앙정부의 관리·감독 역시 뚜렷한 전략 없이 예산만 내려보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망이자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축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금이 진정으로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 미래 인구 기반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청년 정착, 귀농·귀촌 확대, 지역 일자리 창출, 생활 인프라 개선 등 실질적인 인구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지방소멸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이다. 지금처럼 ‘집행률 부진’이라는 숫자에 갇혀 사업이 표류한다면 기금의 존재 이유조차 흔들릴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