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위기는 통계가 아닌 현실이 됐다. 사라지는 마을, 닫힌 학교, 텅 빈 골목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본 시리즈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인구·산업·생활 인프라의 균형을 잃은 지방의 현실을 지역별로 짚어보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 첫 회는 대한민국 인구 절벽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경북 의성을 찾았다.<편집자주>글싣는 순서1:인구 절벽 1번지 의성…소멸 넘어 ‘전환의 첫 단추’를 꿰다2:‘농업군 의성’의 반전 실험…스마트농업·가공·바이오로 새 산업지도 그리기3:사람이 머무는 농촌을 향해…의성이 선택해야 할 지속 가능한 길
◆ “10년 뒤면 인구 3만 명대”…한국에서 가장 늙은 군의 민낯[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경북 의성군의 평균 연령은 2024년 기준 57세를 넘어섰다.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0년간 총인구는 5만 명에서 4만1천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유소년 인구 비율은 10% 턱 밑까지 떨어졌다.의성읍 외곽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젊은 사람은 명절에나 보지. 마을에선 초등학교 폐교된 지 10년도 넘었어. 동네가 점점 조용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고’ 있어요.”한때 ‘마늘의 고장’으로 불리던 의성은 지금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자 지방소멸 위험지수 최상위권 지역이다.◆산업은 정체되고, 일자리는 부족하고…‘떠나는 이유’가 쌓였다의성이 직면한 인구 감소의 핵심은 구조적 문제들이다.의성의 산업은 오랫동안 마늘·사과 등을 중심으로 한 농업에 머물렀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낮아진 생산성 등으로 농가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서 지역경제 역시 함께 위축됐다KTX·대학교·종합병원·대형 산업단지 등 핵심 정주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층이 정착하기에는 ‘결정적 요소’가 모자란다는 평가가 많다.대구·포항이라는 광역도시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으나 생활·경제권 연결은 느슨하다.“젊은 사람은 대구에서 살고 의성에서 일하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지역 업체 관계자는 고개를 저었다.“출퇴근이 가능한 일자리가 거의 없어요. 젊은 직원들은 결국 도시로 가요.”◆하지만…‘전환’의 움직임이 시작됐다의성군은 최근 농촌 지역 중 가장 적극적인 산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팜 혁신 밸리다. 청년 농업인 교육–실습–임대 스마트팜–창업까지 한 곳에서 지원하는 전국 대표 모델이다.또한 의성IC 주변에는 농식품 가공·바이오·물류 중심의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며 지역경제 흐름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지역사회에서는 “이제야 군이 미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소멸이 아닌 ‘전환의 출발점’의성은 대한민국 지방의 위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역이다.그러나 가장 먼저 위기를 겪는 지역이 가장 먼저 새로운 길을 만들 수도 있다.의성의 현실은 냉혹하지만, 변화의 가능성 또한 누구보다 크다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은 지금 위기와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저출생·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두고 갈 수 없기에, 군이 산업 전환과 청년 정착 기반 마련에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스마트농업, 농식품 가공, 지역 맞춤형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일하는 농촌’, ‘머무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지방소멸이 아닌 지방재생을 향해 의성이 먼저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지역사회에서는 “이제야 군이 미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