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SK텔레콤이 대규모 해킹 사고 피해자 전원에게 1인당 1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체 보상 규모는 약 2조3천억 원. 단일 사이버 사고 보상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액수만 놓고 보면 ‘파격적’이지만, 정작 국민이 묻는 질문은 따로 있다. 이 돈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이번 해킹 사고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통신 인프라 전반에 대한 불안으로 확산됐다.    이동통신사는 개인의 위치, 통화 기록, 인증 정보까지 관리하는 사실상의 ‘디지털 공공재’에 가깝다.    그만큼 보안 책임은 어느 산업보다 무겁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대가가 10만 원이라는 정액 보상으로 환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물론 피해 입증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일괄 보상을 택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소송으로 시간을 끌거나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는 여타 기업들의 관행과 비교하면, SKT의 선택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명확하다. 그러나 ‘많이 줬다’는 사실만으로 사고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보상금이 진정성의 증표가 아니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비용으로 인식되는 순간, 그 액수는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2조3천억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그 돈이 보안 체계의 근본적 혁신, 내부 통제 시스템의 전면 재설계, 외부 감사와 상시 점검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한 번 치르고 끝내는 수업료’에 불과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현금 보상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이번 사태는 SKT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통신·플랫폼 기업들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낸 경고다.    정부 역시 통신 보안을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강제 기준과 실효성 있는 제재 장치를 재점검해야 한다.10만 원 보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2조3천억 원의 진짜 값은 장부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그 이후 얼마나 투명하게 책임을 공개하고, 얼마나 집요하게 재발 방지에 나서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지만,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회복의 가능성은 열릴 수 있다.    지금 SKT가 증명해야 할 것은 ‘지불 능력’이 아니라 ‘책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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