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대한항공 계열 호텔 숙박권을 제공받은 사실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 하나다. 정치권, 특히 ‘공정’과 ‘정의’를 말해온 집권 여당 인사들의 도덕적 붕괴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숙박권 한 장이 아니라, 여전히 작동 중인 특권 의식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편의도 받아서는 안 되는 자리다. 이는 법 이전의 문제이며, 정치의 최소한의 윤리다. 항공·관광·산업 정책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그것도 대기업 계열사가 제공한 숙박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았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가성은 없었다”, `관행이었다`는 말은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키운다. 바로 그 관행이 한국 정치의 부패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결코 우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수차례 비슷한 논란이 반복돼 왔다. 그때마다 정당들은 `유감`을 표하고,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으며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면, 이는 실수가 아니라 체질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특권과 불공정을 가장 날카롭게 비판해온 정당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 내부에서 드러난 특권적 행태 앞에서는 말이 흐려진다. 도덕적 우위를 내세울 자격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말해온 ‘공정’은 선택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불법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느냐다. 숙박권을 받는 순간, 이해충돌의 그림자는 이미 드리워진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인지하고도 무시했다면 둘 다 문제다. 어느 쪽이든 공적 권력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결론은 같다. 이번 사안은 작아 보이기에 더 위험하다. 이런 ‘사소한 특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쌓여, 정치권과 재벌, 권력과 자본의 불투명한 유착이 만들어진다.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즉각 해당 의원에 대한 명확한 조치와 함께, 기업 제공 편의 전반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국회 역시 실효성 없는 윤리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는 다 똑같다`는 냉소는 더 깊어질 것이다. 특권은 크기보다 태도의 문제다. 숙박권 한 장을 아무렇지 않게 받는 순간, 정치가 국민과 얼마나 멀어졌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사실을 외면하는 정당과 국회에, 더 이상의 신뢰를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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