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다시 한 번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 입법 추진과 이에 맞선 극한 대치는 이미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치적 충돌의 대가를 고스란히 국민이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 서민과 자영업자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 국회는 여전히 권력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입법은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지만, 그것이 곧 독주를 정당화하는 면허는 아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야당과의 협의, 국민적 공감대 없이 처리되는 법안은 결국 갈등의 씨앗이 되고, 시행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을 낳는다.    입법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의 완성도와 사회적 수용성이다.더 큰 문제는 민생 법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상공인 지원, 취약계층 보호, 주거·노동·돌봄 문제 등 당장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과제들은 정쟁에 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승부를 겨루는 전장으로 인식되는 순간, 입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 장외 투쟁과 발목 잡기로는 민생의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    대안 없는 저지는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또 다른 실망만 안길 뿐이다.    여야 모두가 ‘국민 앞에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다. 정치의 중심을 권력 계산에서 민생으로 옮기고, 입법의 기준을 진영 논리에서 국민의 삶으로 되돌려야 한다.    다수는 절제해야 하고, 소수는 협상해야 한다.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다.입법 독주를 멈추고 민생을 살피라는 요구는 특정 진영의 구호가 아니다. 정치가 정치다워지기를 바라는 국민의 절박한 주문이다.    국회가 이 경고를 외면한다면, 그 책임은 결국 다음 심판의 날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정쟁을 내려놓고, 국민의 삶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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