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쳐 온 철강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 원자재 가격 변동성, 탄소중립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철강업계 전반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    문제는 이 위기가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의 경기 대응식 처방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무엇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수출은 국내 철강사의 수익 기반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 경쟁이 아닌, 국가 보조금과 과잉 생산에 기대는 덤핑성 물량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면서 가격 질서는 붕괴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다. 정부 차원의 통상 대응과 무역 구제 수단의 적극적 활용이 절실하다.여기에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 과제도 철강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철강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탄소 감축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기술적·재정적 여력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친환경 설비 투자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명확한 로드맵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업에 책임만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산업 전환을 이끌 수 없다.더 큰 문제는 철강산업을 바라보는 정책 인식의 안이함이다. 철강은 단순한 한 업종이 아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방산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뿌리 산업이다.    철강이 무너지면 제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린다. 단기 수익성 논리로 구조조정을 유도하거나, 시장에만 맡겨두는 것은 국가 산업 전략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이제 필요한 것은 땜질식 지원이 아닌 근본적 대책이다.    불공정 무역에 대한 강력한 대응,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중장기 투자 지원,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산업 고도화 전략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자구 노력만을 강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철강업계의 위기는 곧 한국 제조업의 위기다. 지금의 어려움을 방치한다면 회복에는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의 근간을 지켜내기 위한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근본적인 대책 없는 낙관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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