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되풀이되는 ‘공천 먹이사슬’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좀먹는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공천권을 둘러싼 금권·연줄·줄서기 관행은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고, 지방권력을 사유화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구조적 적폐다.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특정 계파나 유력 정치인의 의중이 절대적 기준으로 작동하는 현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후보 자격은 정책과 역량이 아니라 ‘누구 줄이냐’, ‘얼마를 동원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냉소가 지역사회에 만연하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일수록 이 왜곡은 더욱 심각하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는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지역정치는 폐쇄적 카르텔로 굳어진다.문제는 공천 먹이사슬이 선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투명한 공천을 통해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선거 후에도 각종 인사·사업·예산 집행 과정에서 ‘보은 정치’와 ‘줄 세우기’를 반복한다.    이는 다시 지역 토착세력과 이해관계의 결합으로 이어져 부패의 고리를 강화한다. 공천이 부패의 시작점이 되는 이유다.정당의 책임은 무겁다. 공천은 정당의 고유 권한이지만, 동시에 국민의 신뢰를 전제로 한 공적 행위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정당이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불투명한 결정을 남발하고, 심사 기준과 과정 공개에는 소극적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역시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공천 혁신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이제 공천 시스템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공천 기준과 심사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 당원과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을 확대하고, 전략공천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셋째, 금권·청탁·불법 로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후보 자격 박탈과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넷째, 공천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와 검증 절차를 독립적으로 보장해야 한다.유권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천 먹이사슬을 유지시키는 것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어차피 다 똑같다”는 체념과 무관심이 부패를 키운다.    공천 과정부터 감시하고, 불공정한 공천에 대해서는 투표로 분명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이다. 공천 먹이사슬을 끊지 못한다면 지방자치의 혁신도, 정치 불신 해소도 요원하다.    정당은 지금이라도 공천을 권력의 도구가 아닌 민주주의의 관문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공천 개혁 없는 지방선거는 또 다른 실망을 낳을 뿐이다. 지금이 바로 결단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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