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지방은 지금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 재정 압박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이미 현재의 현실이다. 경북도민방송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문제의식 아래, 지역 소멸 위기의 최전선에 선 지자체들을 차례로 짚는다. 첫 번째 사례는 대한민국 참외 산업의 중심지, 경북 성주군이다. 농업은 버티고 있지만, 사람은 떠나고 있는 이곳에서 지방의 오늘과 내일을 묻는다.
〈글 싣는 순서〉
1:참외는 남았고, 사람은 떠났다… 성주군의 경고음2:청년을 부르고 싶었다… 성주군의 실험과 벽3: 숫자가 말해주는 성주의 현실… 예산은 버티고, 미래는 줄었다[경북도민방송 =손중모기자] 성주군은 ‘참외’로 기억되는 지역이다. 전국 참외 생산량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특화 농업 지역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명성의 이면에서 성주군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작아지고 있다.성주군 인구는 1995년 7만 명을 넘었지만, 2024년 기준 4만3천 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30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주민 3명 중 1명이 사라진 셈이다. 감소의 중심에는 청년층 이탈과 고령화가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36%를 넘어섰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성주읍 시내는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북적이던 읍내 상가는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늘었고, 해가 지면 불이 켜진 가게를 찾기 어렵다. “참외 철 말고는 사람이 없다”는 상인들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농사는 버텼지만, 사람은 못 잡았다”성주군의 농업은 여전히 강하다. 참외는 전국 최고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고, 농가 소득 역시 도내 평균을 웃돈다.
그러나 이 ‘성공한 농업’은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문제는 구조다. 참외 농사는 고령 농가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고, 청년층이 새로 진입하기에는 초기 투자 비용과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다.
스마트팜 조성, 청년농 육성 정책도 추진됐지만, 실질적인 정착 사례는 제한적이다.성주군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은 한 농민은 이렇게 말한다.“농사는 아직 먹고살 만한데, 애들이 올 이유가 없어요. 학교도, 일자리도, 문화도 없습니다.”농업은 지역을 지탱하고 있지만, 지역의 미래를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산업 없는 지방, 선택지는 떠나는 것뿐성주군에는 농업을 대체할 만한 뚜렷한 산업 기반이 없다.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공공기관, 소규모 제조업, 요양시설 등이 대부분이다.
대구·구미와 인접한 지리적 조건은 장점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생활권 유출’을 가속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출퇴근이 가능한 청년들은 성주에 주소를 두지 않는다. 소비와 주거는 인근 도시로 빠져나간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기반은 약해지고, 재정은 중앙정부 교부금 의존도가 높아진다. 악순환이다.성주군의 한 공무원은 “산업 유치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입지·인프라·인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며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사는 곳’이 아니라 ‘남은 곳’이 된 마을들인구 감소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 붕괴로 직결된다.
초등학교 통폐합, 마을회관 이용 중단, 버스 노선 축소는 이미 일상이 됐다.
일부 면 지역에서는 ‘사람이 사는 마을’과 ‘그저 남아 있는 마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성주군의 한 면 지역 이장은 “행정구역은 그대로지만 실제 생활권은 이미 무너졌다”며 “10년 뒤를 생각하면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성주가 던지는 질문성주군의 위기는 결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농촌이 맞닥뜨릴 보편적인 미래에 가깝다.
농업 특화만으로 지방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인접 대도시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청년이 사라진 지역에서 행정과 예산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성주군은 지금 대한민국 지방에 묻고 있다.
“지방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