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위기는 감정이나 체감의 문제가 아니다. 숫자는 언제나 한발 앞서 현실을 경고해왔다. 인구 통계, 재정 자립도, 예산 구조 속에는 한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측 가능한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성주군편 마지막 회에서는 통계와 재정 구조를 통해 성주군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성주군의 숫자는 한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다수 군 단위 지방의 공통된 미래일 수 있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참외는 남았고, 사람은 떠났다… 성주군의 경고음2:청년을 부르고 싶었다… 성주군의 실험과 벽3:숫자가 말해주는 성주의 현실… 예산은 버티고, 미래는 줄었다◆인구 감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성주군의 인구 감소는 단순한 하락 곡선이 아니다. 구조적 붕괴에 가깝다.
수는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사망자 수는 이를 크게 웃돈다. 자연 감소에 더해 사회적 감소까지 겹친 이중 구조다.특히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청년층 유출은 멈추지 않았고, 유입되는 인구는 대부분 고령층이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 유지 능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이 단계에 들어선 지역은 출산 장려 정책만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생활권·산업권 재편 없이는 인구 구조가 더 빠르게 무너진다”고 분석했다.◆예산은 늘었지만, 쓸 수 있는 돈은 줄었다성주군의 연간 예산 규모는 겉으로 보면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국·도비 보조금 비중이 높아지면서 군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은 제한적이다.사회복지 예산 비중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문제는 이 지출이 ‘미래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돌봄과 복지는 필요하지만, 인구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성주군의 한 재정 담당자는 “복지 예산을 줄일 수도, 그렇다고 성장 예산을 늘릴 여력도 없는 구조”라며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재정자립도, 군 단위의 한계성주군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은 물론 도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체 세입으로 행정을 운영하기보다는 이전재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는 대부분의 군 단위 지자체가 안고 있는 공통된 현실이기도 하다.문제는 이런 구조가 장기화될수록 정책 실험과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공모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단기 성과 중심의 사업이 반복된다. 행정은 바빠지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지역 재정 전문가들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일수록 오히려 중앙 의존도가 심화되는 역설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교육·의료·교통, 숫자로 드러난 생활 붕괴성주군의 학교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통폐합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젊은 세대의 이탈을 부추긴다.
의료 인프라도 비슷하다. 응급·분만 등 필수 의료 접근성은 인근 도시 의존도가 높다.대중교통 이용자 감소로 버스 노선은 축소되고, 교통 약자인 고령층의 이동권은 점점 좁아진다.
이 모든 요소는 통계 속 숫자로 확인된다.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 정주 인구는 더 빠르게 줄어든다.성주군의 한 주민은 “행정구역은 그대로인데, 실제로는 살 수 있는 조건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성주군이 보여주는 ‘대한민국 지방의 표준값’성주군의 통계는 특이하지 않다. 오히려 전국 다수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평균에 가깝다.
농업 중심 산업 구조, 고령화, 재정 의존, 청년 유출. 이는 개별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전문가들은 “이제는 지방을 개별 단위로 살리겠다는 접근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생활권 단위 통합, 광역 재정 재편, 국가 차원의 정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숫자가 던지는 마지막 질문성주군은 묻고 있다. 지방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가.지방 소멸은 특정 지역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성장 모델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결과이자, 방치된 구조의 결말이다.성주군의 숫자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지방이 무너지면, 나라는 흔들린다.
성주군의 한 관계자는 “지방 소멸은 어느 한 부서나 한 시·군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군 단위에서 할 수 있는 노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산업·교육·의료를 함께 설계하는 국가 차원의 정주 전략과 재정 구조 개편 없이는 성주군뿐 아니라 대부분의 군 지역이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지방을 살리는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