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수도권 집중은 지방의 삶과 산업, 공동체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기획취재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지방 소멸의 최전선에 선 지역들을 직접 찾아가 현실을 짚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는 연속 기획이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한때 탄광과 교통의 요지였으나, 지금은 ‘인구 감소 지역’이라는 이름표를 단 경북 문경시편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1:석탄의 도시에서 관광·귀농의 문턱으로, 문경의 시험대2:청년이 떠나는 도시, 일자리가 사라진 문경의 민낯3:문경의 선택, 소멸을 늦출 수 있는 정책은 있는가     ◆탄광이 멈춘 자리, 사람도 떠났다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문경은 한때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다. 은성광업소와 장성광업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탄광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노동자들로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그러나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탄광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지역의 산업 구조는 급격히 변화했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문경시 인구는 6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1995년 시·군 통합 당시 11만 명을 웃돌던 인구가 30년 만에 크게 감소한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0%를 넘어 ‘초고령 도시’ 범주에 포함됐다.지역에서는 젊은층 이탈이 상권·학교·의료 인프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경시 산양면에서 장기간 자영업을 해온 김모(67) 씨는 “과거엔 퇴근 시간대에 손님이 몰렸지만 지금은 한산한 날이 많다”며 “사람이 줄어든 체감이 크다”고 말했다.◆관광도시 문경, ‘찾는 도시’와 ‘사는 도시’의 간극문경은 관광 자원을 꾸준히 축적해왔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오미자 산업, 전통찻사발 축제, 드라마 촬영지 등은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주말과 축제 기간에는 외지 방문객이 증가하는 모습도 확인된다.다만 관광 활성화가 상시적인 정착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경새재 인근에서 상업 활동을 하는 상인 A씨는 “주말과 비수기의 차이가 크다”며 “관광이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관광 산업의 계절성, 단기 일자리 비중, 대중교통·문화 인프라의 상대적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광도시라는 이미지가 생활 기반 확충으로까지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귀농·귀촌 정책, 유입과 정착 사이문경시는 귀농·귀촌을 인구 정책의 한 축으로 삼아 체험형 농가주택, 교육 프로그램, 정착 지원 등을 운영해왔다. 최근 몇 년간 귀농·귀촌 인구 유입이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장기 정착률을 두고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귀촌 3년 차 이모(41) 씨는 “자연환경과 주거 비용은 장점이지만, 교육·의료 여건은 고민 요소”라며 “가족 단위로 오래 살기 위한 조건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귀농·귀촌 정책이 단순 유입 지표를 넘어 교육·돌봄, 지역 일자리, 교통 접근성, 공동체 연결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행정의 역할, 개별 사업을 넘어 도시 방향으로문경시는 ‘생활인구 확대’와 ‘체류형 관광’을 키워드로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방문객을 체류·정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다만 현장에서는 개별 사업이 늘어나는 반면,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중장기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 관계자는 “국비 공모 중심의 사업 추진 구조상 정책이 분절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도시의 정체성과 방향을 분명히 하는 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지방 소멸 대응은 단기간 성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관성과 지속성이 관건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문경의 선택은 아직 진행형이다문경은 쇠퇴한 산업의 기억과 새로운 가능성이 공존하는 도시다.    지방 소멸의 위험이 현실적인 과제로 거론되지만, 동시에 변화의 여지도 남아 있다.‘찾는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사람이 다시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을지가 향후 문경의 방향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선택은 지역을 넘어 한국 지방 도시의 미래를 가늠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