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인구 감소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떠나고, 왜 돌아오지 않는가의 문제다. 1회차에서 문경의 인구 구조와 도시의 현주소를 짚었다면, 2회차에서는 그 중심에 선 ‘청년’을 들여다본다. 청년이 떠난 도시는 빠르게 늙고, 일자리가 없는 지역에는 미래가 없다. 문경에서 청년의 삶은 어떤 선택지 앞에 서 있는가. 이 도시에 청년이 남을 수 없는 이유와 구조적 한계를 현장에서 추적한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1:석탄의 도시에서 관광·귀농의 문턱으로, 문경의 시험대2:청년이 떠나는 도시, 일자리가 사라진 문경의 민낯3:문경의 선택, 소멸을 늦출 수 있는 정책은 있는가
◆문경 청년 이탈, 구조적 한계가 만든 선택
[경북도민방송=손중모 기자]문경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인이 되기 전 이미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과 동시에 대구나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지역 내 일자리 부족이다.통계에 따르면 문경시의 청년 인구(만 19~39세)는 최근 10년 사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체 인구 감소 속도보다 빠른 수준으로, 청년층 이탈이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문경 출신 김모(29) 씨는 “부모님은 돌아오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공공기관이나 안정적인 민간 기업은 제한적이고, 주로 요식업이나 단기 일자리가 선택지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다.◆공공부문 비중 높은 고용 구조지역 고용 구조를 보면 공공 부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시청과 산하기관, 공공근로, 노인일자리 사업 등이 고용 통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제조업이나 지식기반 산업 등 청년층의 장기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간 일자리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문경의 산업 구조는 농업·관광·소규모 자영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 산업 상당수는 고령층 종사 비중이 높아, 청년들이 안정적인 경력 경로를 설계하기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지역 상공인 B씨는 “청년 고용 의지는 있지만 업종 특성상 한계가 있다”며 “관광은 계절적 변동이 크고, 농업은 구조적으로 청년이 장기 근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늘어나는 청년 정책, 현장의 체감은 엇갈려문경시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 지원, 주거 지원, 청년센터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정책은 늘었지만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한 청년은 “초기 지원은 도움이 됐지만, 지역 소비 규모가 작아 지속이 쉽지 않았다”며 “지역 내에서 경제가 순환되는 구조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청년 정책이 산업 정책과 보다 긴밀히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거·복지 중심 지원만으로는 청년 정착에 한계가 있으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관광 산업의 한계와 과제문경의 대표 산업으로 꼽히는 관광 분야 역시 청년 유입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관광 관련 일자리 상당수가 계절성·단기 고용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안정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관광업에 종사했던 20대 청년 C씨는 “성수기에는 일이 많지만 비수기에는 수입이 불안정하다”며 “장기적인 정착을 고민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관광 산업이 지역 정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콘텐츠 기획, 문화기획, 마케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의 확장이 필요하지만, 현재 문경에서는 관련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기업 유치 전략, 지역 여건 고려 필요
문경시는 산업단지 조성과 투자 유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지리적 접근성, 인력 수급 등의 여건으로 인해 대규모 기업 유치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경제 전문가 D씨는 “문경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같은 방식의 기업 유치 전략을 적용하기엔 조건이 다르다”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소규모 산업, 원격근무 기반 일자리, 로컬 콘텐츠 산업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청년 없는 도시의 현실청년 인구 감소는 교육, 상권, 공동체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학교에서는 학생 수 감소로 통폐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상권 역시 위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한 초등학교 교사는 “신입생 수가 해마다 줄어 학교 운영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줄어들면 지역의 활력도 함께 약해진다”고 말했다.◆과제는 ‘일자리가 있는 도시’전문가들은 문경의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지역 여건에 맞는 일자리 창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이나 귀농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청년이 장기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고용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문경의 조건을 인정하고, 문경만의 방식으로 일자리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
그 과제가 문경이 직면한 다음 단계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