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을 막는 단일한 해법은 없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3회차에서는 문경시가 내놓은 인구·청년·관광 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짚는다. 공모사업과 단기 성과 중심의 정책이 도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 행정 주도의 대응은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현장에서 묻는다. 문경의 선택은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지방이 직면한 현실이자 대한민국 전체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편집자주>글싣는순서1:석탄의 도시에서 관광·귀농의 문턱으로, 문경의 시험대2:청년이 떠나는 도시, 일자리가 사라진 문경의 민낯3:문경의 선택, 소멸을 늦출 수 있는 정책은 있는가
◇정책은 많다, 그러나 방향은 흔들린다[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문경시는 ‘인구 감소 대응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생활인구 확대, 체류형 관광, 귀농·귀촌, 청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분야와 예산 규모도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그러나 정책의 양적 확대가 곧 도시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지역 사회에서는 “개별 사업은 늘었지만, 도시가 중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가려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문경시의 인구·관광·청년 관련 사업 상당수는 국·도비 공모사업을 통해 추진된다.
공모 선정에 따라 예산이 투입되고, 사업 종료 후에는 성과 평가를 거쳐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축적되지만, 장기 전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지역 연구기관 관계자는 “공모형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를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연결하는 기획 역량이 중요하다”며“현재 문경은 개별 사업 관리 중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생활인구’ 전략, 숫자를 넘어 구조로문경시가 최근 강조하는 정책 키워드는 ‘생활인구’다. 주민등록 인구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관광객과 체류 인구, 관계 인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문경새재와 각종 축제를 중심으로 방문객 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지역의 상시적인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지역 상인 E씨는 “주말에는 방문객이 늘지만, 평일 상권 회복까지는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생활인구 정책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 방문을 넘어 체류와 반복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광뿐 아니라 일자리, 교육, 문화가 결합된 체류 환경 조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귀농·귀촌 정책, 정착 이후가 과제문경시는 체험형 주거, 교육 프로그램, 농업 창업 지원 등 귀농·귀촌 유입 정책을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책 접근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적극적인 지자체로 평가받는다.다만 정착 이후의 생활 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교육·소득 여건 등의 문제로 일정 기간 후 다시 도시로 이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농업 분야 전문가 F씨는 “귀농 정책이 초기 정착과 농업 기술 지원에 집중돼 있다”며“지역 학교, 돌봄, 생활 인프라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청년 정책, 지원을 넘어 산업으로문경의 청년 정책은 주거비 지원, 활동비, 공간 제공 등 복지·지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인 부담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인 정착 요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청년 유출의 핵심 원인으로는 여전히 일자리가 지목된다. 결국 관건은 지역 산업 구조다.대규모 산업 유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소규모 분산형 산업, 원격 기반 일자리, 로컬 콘텐츠 산업 등 지역 여건에 맞는 대안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업·관광·문화 자원을 연계한 가공·기획·유통 분야 역시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된다.청년 활동가 G씨는 “청년에게 단순히 버텨 달라고 말하기보다, 성장 경로를 설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정책보다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행정 중심에서 지역 주체로문경의 정책 추진 방식은 여전히 행정 주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은 정책 수혜 대상이지만,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협동조합이나 청년 기획단, 마을기업이 정책 파트너로 참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과 지역 주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소멸은 피할 수 없을까, 선택의 문제다전문가들은 지방 소멸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해법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 속도를 늦추고, 충격을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문경은 관광 자원과 농업 기반, 역사·문화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
남은 과제는 이를 관통하는 일관된 도시 전략과, 사람을 중심에 둔 정책 설계다.문경의 선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방향에 따라 지방 소멸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될 수도, 관리 가능한 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