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기 위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었다. 그러나 혁신도시 조성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일부 지역에서는 ‘기관은 내려왔지만 사람은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도민방송은 경북 김천 혁신도시의 일상을 통해 혁신도시가 직면한 현실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편집자주>글싣는순서1:“금요일이면 비워지는 도시…혁신도시의 불편한 현실”2:“일터는 옮겼지만 삶은 남겨뒀다”3:공공기관 이전, 이제는 정착을 말할 때다”[경북도민방송=손중모 기자]금요일 오후 4시. 경북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는 빠르게 조용해진다.   주말을 앞둔 시간임에도 공공기관 사무실의 불은 하나둘 꺼지고, 거리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식당과 카페는 저녁 장사를 준비하지만, 손님을 기다리다 이른 시간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다.김천 혁신도시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조달품질원 등 13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대표적인 혁신도시다. 조성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수천 명의 공공기관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체감 온도는 숫자와 다르다. 평일 낮에는 사람이 있지만,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도시가 비어 있다는 말이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공공기관은 내려왔지만 정주는 멈췄다한국도로공사는 전체 임직원 9천여 명 가운데 약 1천1백 명 안팎이 김천 본사 근무 인력으로 분류된다. 한국전력기술 역시 2천3백여 명의 임직원 대부분이 김천 본사 소속이다. 서류상으로는 ‘이전’이 이뤄졌지만, 이들이 모두 김천에 삶의 터전을 둔 것은 아니다.혁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에는 불이 켜져 있지만, 상가와 거리의 활기는 제한적이다. 지역사회에서는 혁신도시가 ‘도시’라기보다 ‘업무 단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은 이곳에서 하지만, 삶의 중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의미다.◆금요일 오후, 도시의 불이 꺼진다이 같은 인식은 금요일 오후가 되면 더욱 분명해진다. 주말을 앞둔 저녁 시간은 일반적으로 상권이 가장 활기를 띠는 때지만, 김천 혁신도시는 예외다. 금요일 오후 이후 유동 인구는 급격히 줄고, 상가는 평일보다 더 빠르게 문을 닫는다.혁신도시 상권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실제로 장사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라고 말한다. 금요일 저녁 이후에는 손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주중 근무·주말 상경’이 만든 공백지역사회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공공기관 직원들의 생활 구조를 지목한다. 다수의 직원들이 가족은 수도권에 두고 평일에만 김천에서 근무한 뒤, 금요일 오후 통근버스나 KTX를 이용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생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른바 ‘주중 근무·주말 상경’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혁신도시는 일터로만 기능하고, 주거와 소비, 여가 기능은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인구 이동과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혁신도시는 평일과 주말의 온도 차가 극명한 공간이 됐다.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기대됐던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족 기능은 아직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혁신도시는 존재하지만, 사람이 머무는 도시는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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