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의 정착 실패는 개인의 선택이나 적응 문제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도 다수의 직원이 가족을 동반해 정착하지 못하는 현실은 정책 설계의 한계를 드러낸다. 2회차 에서는 주거·교육·일자리·근무 제도 등 구조적 요인을 통해 혁신도시가 정착하지 못한 이유를 짚어본다.<편집자주>글싣는순서1:“금요일이면 비워지는 도시…혁신도시의 불편한 현실”2:“일터는 옮겼지만 삶은 남겨뒀다”3:공공기관 이전, 이제는 정착을 말할 때다”[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혁신도시에 사람이 머물지 않는 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공공기관은 이전했지만, 가족 단위의 생활 이전을 가능하게 할 조건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그 결과 다수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근무는 지방에서 하되, 삶의 중심은 수도권에 두는 이중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주거는 공급됐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김천혁신도시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겉으로 보면 주거 여건은 갖춰진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 정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공급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다. 혁신도시의 주거는 특정 평형과 가격대에 집중돼 있고, 생활 인프라와 연계된 다양한 주거 형태는 제한적이다.특히 맞벌이 가구에게 주거 선택은 배우자의 일자리와 직결된다. 공공기관 직원의 배우자가 지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점은 정착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거 정책이 일자리 정책과 분리돼 추진되면서, 가족 이전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교육·돌봄의 공백, 가족 이전을 가로막다 자녀 교육 문제는 정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혁신도시 인근에 초·중등 교육시설은 마련돼 있지만, 다양한 교육 선택지와 특화된 교육 환경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학군에 대한 불안과 사교육 인프라의 한계는 자녀가 있는 가구일수록 정착을 어렵게 만든다.돌봄과 의료, 문화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에 필요한 시설들이 분산돼 있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공공기관 직원들은 가족 이전을 미루거나, 애초에 정착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통근과 유연근무가 고착시킨 ‘이중 생활’ 근무 제도 역시 정착을 유도하기보다 오히려 상경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일부 공공기관의 통근버스 운영과 조기 퇴근, 유연근무는 직원 개인의 편의성을 높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주중 근무·주말 상경’ 생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지방 근무가 장기 거주가 아닌 임시 체류로 인식되는 구조 속에서, 혁신도시는 삶의 공간이 되기 어려웠다. 일과 생활이 분리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소비와 여가가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했고, 이는 다시 생활 인프라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전문가들은 혁신도시 정착 실패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인력 이동에 초점을 맞췄을 뿐, 가족 단위의 생활 이전을 전제로 한 종합 설계는 부족했다는 것이다.혁신도시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착을 가능하게 할 정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는 옮겼지만 삶은 옮기지 못한 정책의 공백이, 오늘의 혁신도시를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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