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 기자] 대한민국에서 지역소멸 위기가 가장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영양군이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지역경제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며 ‘인구 1만5천 명 붕괴’는 더 이상 통계가 아닌 행정과 공동체 존립을 가르는 현실적 기준선이 됐다.이 같은 위기 속에서 영양군이 선택한 해법은 전 군민 대상 ‘농촌 기본소득’이다.영양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됨에 따라, 2026년 2월부터 2027년까지 전 군민에게 1인당 월 20만 원의 농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신청률부터 주목된다. 영양군이 2025년 12월 26일 신청 접수를 시작한 결과, 2026년 1월 23일 기준 전체 인구 1만5,941명 대비 신청률은 79%에 달했다.    군은 이달 말까지 신청률 9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복지가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영양군은 이번 기본소득 정책을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닌 ‘지역 생존 전략’으로 규정한다.    그동안 일자리 유치, 청년 정착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지만, 인구 감소의 구조적 흐름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군 관계자는 “농촌에서 가장 큰 위기는 소득의 많고 적음보다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라며 “기본소득은 큰돈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 수 있다는 최소한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소득·연령·직업 따지지 않는 ‘보편 지급’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조건 없는 보편 지급 방식이다.    신청일 기준 30일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군민이라면 소득·재산·연령·직업과 관계없이 누구나 대상이 된다. 미성년자도 포함된다.영양군은 선별 지급이 불러올 수 있는 갈등과 행정 비용을 최소화하고, 정책 수용성과 행정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보편 지급 방식을 택했다.◆지역화폐로 ‘돈이 도는 구조’ 설계기본소득은 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인 ‘영양사랑카드’로 지급된다. 지급액은 90일 이내 사용해야 하며, 유흥·사행성 업종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읍·면별 생활권을 고려한 설계도 눈에 띈다. 면 지역 거주자의 일부 금액은 읍 지역 사용을 허용하되, 면 단위 상권 보호를 위해 소비 쏠림을 제한하는 구조를 병행한다.    군은 이를 통해 지역 내 소비가 고르게 순환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소비’에서 ‘순환경제’로영양군은 기본소득을 단기적인 소비 촉진 정책에 그치지 않고, 지역 순환경제 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일부 가맹점은 기본소득 결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지역 공동체 기금으로 환원하고, 군은 이를 ‘순환경제 참여 가맹점’으로 인증한다는 구상이다.공공기관과 군민의 자발적 모금도 병행해, 기본소득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다시 공동체로 환원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보편 지급이지만 관리만큼은 ‘엄격’영양군은 주민설명회와 직원 교육,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제도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철저한 실거주 확인과 사후 관리로 부정수급을 차단할 계획이다.    위장전입이나 허위 신청이 적발될 경우 지급 중단과 환수 등 강력한 조치가 이뤄진다.군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신뢰를 전제로 하는 정책”이라며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전국 농촌 정책의 ‘실험 모델’ 될까이번 시범사업의 총사업비는 약 754억 원 규모로,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투입된다.    정부는 이를 농촌 지역에 적용 가능한 기본소득 모델을 검증하는 정책 실험으로 보고 있다.영양군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영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촌 전체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시험하는 과정”이라며 “2년간의 성과 분석을 통해 농촌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지역소멸의 최전선에 선 영양군의 실험이 전국 농촌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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