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일정 단계에 이르렀지만,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혁신도시가 ‘평일 도시’에 머물지 않기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이전 정책의 책임과 다음 단계를 짚는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1:“금요일이면 비워지는 도시…혁신도시의 불편한 현실”2:“일터는 옮겼지만 삶은 남겨뒀다”3:공공기관 이전, 이제는 정착을 말할 때다”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기관이 내려왔는가’에 초점을 맞춰 평가돼 왔다.  그러나 혁신도시 조성 10년이 지난 지금, 정책의 성과는 기관 수가 아니라 정착 여부로 평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혁신도시 상당수는 낮에는 사람이 있지만,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생활 기능이 급격히 약화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이전의 성과는 ‘정착’으로 평가해야 한다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이전 이후의 정착률, 가족 동반 이전 비율, 지역 소비 기여도 등을 공식적인 정책 평가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근무 인력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 평가는 도시의 실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착 여부를 측정하지 않는 정책에서는 정착을 유도할 동기도 약해진다.  공공기관과 정부 모두 이전을 ‘완료된 과제’로 인식하게 되고, 혁신도시는 사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인사·평가·근무 제도가 바뀌지 않았다 공공기관 인사·평가 체계 역시 혁신도시 정착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방 근무가 경력상 불이익으로 인식되는 한, 장기 정착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본사 이전 이후에도 주요 보직과 승진 기회가 수도권 근무 이력과 연결되는 관행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근버스와 유연근무 제도 역시 재점검 대상이다.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결과적으로는 상경을 구조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착을 유도하려면 근무 제도 역시 지역 생활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람이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과제주거 정책도 공급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돌봄·의료·문화 정책과 연계되지 않은 주거는 정착을 담보하지 못한다.    혁신도시는 행정 구역이 아니라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이제 ‘혁신도시 2.0’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추가 이전을 의미하기보다, 기존 혁신도시가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하자는 제안이다. 김천 혁신도시의 모습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혁신도시가 공유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균형발전은 건물과 기관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머물고, 삶을 꾸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책은 성과를 갖는다. 공공기관 이전의 다음 단계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혁신도시를 ‘근무하는 곳’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가, 그 답이 혁신도시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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