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사칭한 범죄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검찰·경찰·금융감독원은 물론, 지자체 공무원과 세무서 직원을 사칭한 전화와 문자, 메신저 사기가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 범죄가 단순한 ‘보이스피싱’ 차원을 넘어, 국가 공권력에 대한 신뢰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개인의 주의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사칭범죄의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 번호와 유사한 발신번호를 사용하고, 실존하는 공무원의 이름과 직책을 언급하며 공포심을 자극한다.
“범죄에 연루됐다”,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말로 피해자를 압박해 개인정보와 금전을 빼앗는다.
피해자는 노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경험이 많은 직장인과 자영업자조차 순식간에 속아 넘어간다.이 같은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수사는 국경과 기술의 장벽 앞에서 더디기 때문이다.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형 범죄는 계좌와 서버를 수시로 바꾸며 추적을 피한다.
그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범죄자에게는 ‘위험 대비 수익이 높은’ 범죄로 인식되고, 이는 곧 범죄의 반복과 진화로 이어진다.정부와 수사기관의 대응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사칭범죄를 단순 사기 범죄가 아닌 공권력 침해 범죄로 인식하고, 양형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과 통신사의 책임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의심 거래의 실시간 차단, 발신번호 변작에 대한 기술적 봉쇄, 사기 계좌 개설에 대한 관리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무원은 전화로 금전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반복적으로 알리고,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이 절실하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책임 있는 태도다. 공무원을 사칭한 범죄가 횡행한다는 것은, 국민이 국가를 믿는 마음이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개인의 피해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공권력의 이름이 범죄에 사용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하고 일관된 대응이다. 늦을수록 피해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