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종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공천이 돈으로 오갔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면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종교유착과 뇌물 공천 게이트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데도 정치권의 대응은 늘 미온적이다. 책임지는 이는 없고, 진상 규명은 흐지부지된다. 그 사이 국민의 정치 불신만 깊어지고 있다.종교는 신앙의 영역이고 정치는 공공의 영역이다. 헌법이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한 이유는 명확하다.
종교가 정치 권력에 종속되거나, 정치가 종교를 동원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순간 사회의 공정성과 합리성은 무너진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종교 단체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특정 후보가 종교적 영향력을 발판 삼아 정치적 이익을 얻는 장면이 되풀이되고 있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천 과정에 금품이 개입됐다는 의혹은 정당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다.
공천은 정당이 유권자 앞에 내놓는 최소한의 검증 절차다. 이 과정이 거래의 대상이 된다면 선거는 이미 공정성을 상실한 것이다.
국민은 선택권을 가진 주권자가 아니라, 조작된 경쟁의 결과를 승인하는 존재로 전락한다.그럼에도 정치권의 태도는 안일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인의 일탈”이라는 말로 책임을 축소하고, 정당 차원의 구조적 문제 제기는 외면한다.
수사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논란은 잊힌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정치 개혁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정당은 공천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검증과 감시를 제도화해야 한다.
종교 단체 또한 정치 개입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사법 당국은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와 종교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종교유착과 뇌물 공천 게이트를 언제까지 관행처럼 방치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신뢰 위에서만 작동한다.
그 신뢰를 허무는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 바로 끊어내지 않는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