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북 영덕에서 산불피해목 처리 현장을 둘러싼 무허가 파쇄·적치 의혹이 불거졌다. 산불피해목 처리는 재난 복구의 연장선에 있는 공공사업으로, 그 과정의 투명성과 환경·안전 기준 준수는 행정의 기본 책무다. 본지는 현장 취재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토대로 영덕 산림행정의 관리·감독 실태를 3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1:허가구역 밖 파쇄 의혹…관리·감독의 민낯2:업체 선정부터 흔들린 공정성…‘봐주기 행정’ 논란3:묵인인가 방조인가…수사대에 오른 산림행정◆허가구역 밖 파쇄 의혹…영덕 산림행정, 관리·감독의 민낯 [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지난 1월 27일, 영덕군 축산면 상원리 일원. 산불피해 소나무 파쇄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에서 취재진은 석연치 않은 장면을 확인했다. 허가된 작업 구역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장소에 산불피해목 원목이 대량으로 적치돼 있었고, 파쇄 작업까지 병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불피해목 처리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 허가(또는 신고)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하며, 작업 위치·물량·운송 동선은 사전에 특정되고 행정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허가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안내 표지나 통제선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고, 원목 적치 상태 역시 단기간 반입으로 보기 어려운 장기 방치 흔적이 역력했다. 만약 해당 적치·파쇄 지점이 허가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이는 무허가 산림사업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 없이 작업”…행정 내부 발언이 키운 불법 논란 문제는 이 같은 정황이 단순한 현장 혼선으로 치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행정 내부 발언을 통해 무허가 작업 가능성이 직접 언급됐기 때문이다. 영덕군 한 관계 공무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상원리 119 파쇄 현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허가 파쇄 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행정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즉각적인 중단이나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조계에서는 “발주·관리 주체가 위법 정황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 행정 미흡을 넘어 관리·감독 의무 해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공 재난복구 사업의 경우, 지자체에는 현장 점검·중단 명령·시정 조치 의무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행정의 대응 시점과 조치 여부는 법적 책임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재난 복구 공공사업, 왜 기본 원칙이 무너졌나 산불피해목 처리 사업은 단순한 벌채·파쇄 작업이 아니다. 재난 대응, 환경관리, 주민 안전이 동시에 걸린 고위험 공공사업이다. 특히 파쇄 작업은 비산먼지와 소음, 토사 유출 등 2차 피해를 동반할 수 있어, `대기환경보전법`과 `환경영향 최소화 지침` 등 관련 법령에 따른 관리 의무도 함께 적용된다. 그럼에도 허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파쇄 작업이 진행됐다면, 이는 재난 복구라는 명분으로 법과 원칙이 완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산림 분야 전문가는“허가구역 관리가 무너졌다면, 이는 개별 업체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발주·관리 주체의 행정 책임으로 귀결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인근 주민들 역시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산불 피해로 이미 큰 상처를 입었는데, 복구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재난 복구 사업이라면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산불피해목 처리 사업은 재난의 상처를 정리하고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 마지막 단계다. 그러나 이번 무허가 파쇄 의혹은 영덕 산림행정이 법적·행정적 기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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