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는 노후 설비 관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기 점검을 통과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제 논의의 초점은 ‘사후 수습’이 아닌 ‘구조적 해법’으로 옮겨가야 한다. 3회차에서는 노후 풍력발전기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리파워링의 필요성과 제도적 공백, 그리고 지방정부와 국가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짚어본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
1:쓰러진 바람개비…설계수명 넘긴 풍력의 경고2:‘이상 없음’ 판정의 그늘…점검은 충분했나3:해법은 ‘리파워링’…안전은 선택이 아닌 의무[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노후 풍력의 위험성은 확인됐지만, 대책은 더디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해법으로 ‘리파워링’이 거론되지만, 비용과 제도 장벽 앞에서 현장은 여전히 멈춰 서 있다.
영덕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 이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리파워링(repowering)이다.
기존 노후 풍력발전기를 철거하고, 같은 부지에 최신 기종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최신 설비는 강화된 구조 기준과 함께 실시간 진동·하중 감시 시스템을 갖춰 사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같은 입지에서도 발전 효율이 높아 설비 수를 줄이면서도 발전량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 교체를 넘어 안전성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비용·인허가 장벽…현실은 ‘연명 운전’
문제는 실행이다. 발전사업자들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인허가 절차 재개 부담을 이유로 리파워링에 소극적이다.
법적으로 설계수명을 넘겼다고 즉각 가동을 중단해야 할 의무 규정이 없는 것도 ‘연명 운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도적 공백으로 본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노후 풍력은 더 이상 단순 시설 관리 차원이 아니라 공공 안전 관리 대상”이라며 “설계수명
초과 설비에 대해 조건부 운전이나 단계적 폐지, 리파워링 유도 기준이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지방정부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사고 이후 영덕군은 노후 풍력 전반에 대한 점검과 대책 검토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리파워링 일정이나 중장기 계획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지자체는 관리·감독 권한의 한계를 이유로 들지만, 주민들은 “사고가 난 뒤에야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늦다”고 말한다.
특히 풍력발전단지가 관광로·주거지와 인접해 있는 만큼, 안전 정보 공개와 위험 소통 역시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은 점검 결과 공개와 위험도 설명, 향후 설비 처리 계획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설치의 시대’에서 ‘관리의 시대’로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친환경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영덕 사고는 풍력발전 정책이 ‘얼마나 많이 세웠는가’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는가’로 전환돼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후 풍력발전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리파워링을 포함한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자는 노후 풍력발전기 관리 대책과 관련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설계수명을 초과한 풍력설비에 대한 안전 문제를 보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덕군 관계자는 “풍력발전단지는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주민 생활권과 관광로 인접 지역에 설치된 만큼 군도 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며 “현재 관계 기관과 함께 노후 설비에 대한 관리 기준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파워링과 같은 구조적 대안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단기적인 점검 강화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리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