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설 명절은 지역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올해 설을 앞두고 대구·경북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는 예년보다 늘어난 발걸음이 이어지며 상인들의 기대감도 살아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설 명절 민심과 지역경제의 온도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손님 다시 돌아왔다”…서문시장에 살아난 설 분위기[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설을 일둔 지난16이 대구 칠성시장. 건어물과 과일, 나물과 한과를 진열한 점포마다 가격을 묻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좁은 골목은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로 북적였고, 상인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졌다.
30년째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는 김정수(63) 씨는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설에는 손님이 많이 줄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릅니다. 손님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는 “매출이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손님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며 “시장에 웃음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표정에서도 명절 분위기가 읽혔다.
주부 이은정(52·대구 수성구) 씨는“대형마트보다 시장이 정이 있어 매년 찾는다”며“가격 부담은 있지만 명절만큼은 제대로 준비하고 싶어 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귀성객 발길 이어진 경북 전통시장…“명절다운 명절”
경북 포항 죽도시장과 안동 구시장, 경주 성동시장 등 주요 전통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귀성객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몰리면서 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제수용 생선을 판매하는 이영호(58) 씨는“귀성객들이 부모님과 함께 시장을 찾으면서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며“명절다운 명절 분위기가 살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동 구시장 한 상인은“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명절은 챙기려는 시민들이 많다”며“시장에 사람이 모이면 상인들도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실제 시장 곳곳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제수용품을 고르며 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골목상권·음식점도 ‘온기’…지역 상권 전반으로 확산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구 동성로와 포항 중앙상가, 경주 시내 상권에서도 명절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구 동성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성민(51) 씨는“설 연휴 가족 모임 예약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며“코로나 이후 가장 명절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9) 씨도“귀성객과 관광객이 늘면서 매출이 평소보다 증가했다”며“지역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전문가 “명절 소비 회복은 지역경제 회복 신호”
경제 전문가들은 명절 소비 증가를 지역경제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대구지역 한 경제 전문가는“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라며“명절 소비가 지역경제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또“지속적인 지역 소비 활성화 정책과 함께 전통시장 지원이 병행된다면 회복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는 아직 어렵지만”…상인들, 설에 건 희망
상인들은 여전히 높은 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명절 분위기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북 경산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예전처럼 크게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며“설 명절을 계기로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둔 대구·경북 전통시장의 풍경은 단순한 장보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얼어붙었던 시장에 다시 모여든 사람들의 발걸음은 지역경제 회복에 대한 작은 희망의 신호이기도 했다.
명절의 온기가 일시적인 특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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