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산불 참사가 이제는 ‘계절 뉴스’처럼 소비되고 있다.    불이 나면 “건조 특보 속 강풍 탓”이라 하고, 꺼지고 나면 “관계기관이 총력 대응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산은 해마다 더 크게 타고, 주민의 삶은 더 깊이 무너진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달라진 것은 기후뿐이고,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아닌가.산불은 더 이상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구조적 재난이다.    고온·건조·강풍이 일상화된 한반도에서 산불은 언제든 대형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응 체계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기 진화 실패, 지휘 체계 혼선, 장비 부족, 야간 대응 한계 대형 산불이 날 때마다 되풀이되는 지적이다.    그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은 달라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특히 산림이 많은 영남권의 현실은 엄중하다. 산과 마을이 맞닿은 지역에서 불은 곧 생명 위협이다.    그런데도 지자체 예산과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 체계로 초대형 산불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산림·소방·군 당국 간 통합 지휘 체계는 명확한가.    정보 공유와 현장 판단은 일사불란한가. 책임 소재는 분명한가. 답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지금 체계는 이미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더는 ‘진화 중심’ 대응으로는 안 된다. 예방 중심으로 국가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산불 취약지 상시 감시 체계, 드론·AI 기반 조기 탐지 시스템, 위성 연계 실시간 분석망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초기 30분, 1시간이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나서야 헬기 수를 따지고, 인력 투입을 자랑하는 것은 사후 약방문일 뿐이다.인재(人災) 차단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입산 통제, 불법 소각 단속, 실화 가중 처벌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계도’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산불의 상당수가 사람의 부주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매번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로 끝낼 수는 없다. 법과 원칙을 엄정히 적용해야 경각심도 선다.피해 복구 역시 보여주기식 지원을 넘어야 한다. 산불은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태우는 재난이 아니다. 공동체를 파괴하고,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며,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훼손한다.    이재민 주거 안정, 산림 복원, 관광·농업 회생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지속적 복구 체계를 법과 제도로 명문화해야 한다.    그때그때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방식으로는 기후 재난 시대를 감당할 수 없다.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잦아지는 산불 앞에서 우리의 대응은 충분하지 않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재난 앞에서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시스템 혁신이다. 예산을 과감히 투입하고, 조직 간 칸막이를 허물며, 과학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가 산불을 ‘일상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상시 대응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산은 한 번 타면 수십 년을 기다려야 되살아난다. 그러나 무너진 신뢰는 더 오래 걸린다.    더는 변명도, 미봉책도 통하지 않는다. 잦아지는 산불은 우리에게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지금 대응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세우지 않는다면, 다음 참사는 예고된 재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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