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골목상권의 붕괴가 심상치 않다. 한때 동네 경제의 중심이었던 상가 골목마다 공실 점포가 늘고, 장기간 영업해 온 자영업자들마저 폐업을 고민하는 현실이 낯설지 않다.    경기 부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깊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지금의 골목상권 위기는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 속에서 발생한 생존 위기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코로나19 이후 소비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 플랫폼 중심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지역 상권의 고객 유입 구조가 급격히 약화됐다.    여기에 고금리와 물가 상승,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은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아도 고정비는 줄지 않는 현실 속에서 ‘버티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이 되고 있다.문제는 정책 대응의 방향성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지원, 재난지원금 등 단기 처방에 집중해 왔다.    급한 불을 끄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상권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매출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금융 지원만 반복하는 정책은 결국 폐업을 늦추는 임시방편에 머물 수밖에 없다.이제 골목상권 정책은 ‘생존 지원’에서 ‘구조 전환’으로 전환돼야 한다. 개별 점포 중심 지원을 넘어 상권 단위의 재생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특성과 문화 자원을 결합한 콘텐츠 개발, 체류형 소비 환경 조성, 보행 친화 공간 개선 등 상권 자체의 매력을 높이는 종합적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한 시설 정비 사업으로는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이기 어렵다.임대료 문제 역시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공실 증가가 이어지면 상권 전체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상생 모델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중재와 제도적 유인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아울러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지원을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판매와 배달 서비스 활용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됐다.    교육 중심 정책을 넘어 공동 플랫폼 구축과 실질적인 판로 확대까지 연결되는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골목상권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삶과 직결된 기반이다. 골목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의 뿌리도 함께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금 더 버티라’는 정책이 아니라 변화한 시장 환경 속에서 다시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골목상권 회복은 소상공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이제는 버티기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골목경제를 살릴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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