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해질수록 대구·경북의 산야(山野)는 긴장 속에 놓인다.    건조특보와 강풍주의보가 잦아지는 3월, 들녘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번지는 사례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 출발점에 여전히 ‘논·밭두렁 태우기’라는 낡은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일부 농가에서는 병해충 방제와 농사 준비를 이유로 논·밭두렁을 태우는 일을 관행처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충만이 아니라 이로운 곤충까지 함께 소멸시켜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토양의 유기물과 미생물층까지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실익은 크지 않은 반면, 위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특히 대구·경북은 산림 비율이 높고, 농경지와 임야가 맞닿은 지역이 많다. 순간적인 돌풍과 낮은 습도는 불길을 순식간에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초동 진화에 실패할 경우 산림과 민가, 축사로 불이 번지며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산림 복구에는 수십 년이 걸리고, 지역경제와 주민 삶의 터전은 깊은 상처를 입는다.산불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안전과 직결된 재난이다. 해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진화에 투입되지만, 정작 예방 단계에서는 허술한 관리가 반복된다면 이는 행정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지자체는 계도와 홍보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불법 소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잔재물 파쇄 지원과 공동 수거 체계 등 현실적 대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 전환이다. 기후 변화로 봄철 건조 기간이 길어지고, 산불 위험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과거의 경험과 방식이 더 이상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불을 놓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푸른 산은 지역의 자산이자 후손에게 물려줄 공동의 유산이다. 편의를 앞세운 불씨 하나가 수십 년의 시간을 태워버릴 수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봄철 산불 경고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도록, 논·밭두렁 태우기라는 낡은 관행부터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대구·경북의 산과 마을을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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