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선거만 다가오면 지역 정가가 시끄러워진다.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공천과 경선을 둘러싼 잡음이 정치 뉴스를 뒤덮는다.
특정 후보 밀어주기 의혹, 여론조사 방식 시비, 권리당원 모집 논란, 컷오프 기준 불투명성 문제까지 해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경선이 끝난 뒤에도 불복과 탈당, 무소속 출마로 이어지면서 지역 민심은 갈라지고 상처는 깊어진다.경선은 민주주의의 첫 관문이다. 정당이 국민 앞에 내놓을 후보를 가려내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면, 본선의 정당성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룰이 특정인에게 유리하다” “절차가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룰은 선거 직전에 바뀌고, 전략공천은 기준이 모호하며, 여론조사 문항과 기관 선정 과정은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패자가 결과에 승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특히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역 정치의 현실은 더 복잡하다. 정치 지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특정 정당의 영향력이 큰 곳일수록, 경선은 사실상의 본선이 된다. 그러다 보니 경쟁은 과열되고, 조직 동원과 세 과시가 앞선다.
학연·지연이 얽힌 좁은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갈등은 곧 지역사회 분열로 번지기 쉽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이 남아 지역 발전의 동력을 갉아먹는 사례를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해 왔다.문제의 핵심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다. 경선 룰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선거 일정 훨씬 이전에 기준을 확정하고, 불가피한 변경이 있을 경우 그 사유와 절차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여론조사 방식과 표본 설계, 권리당원 관리 등 민감한 사안일수록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또한 외부 인사를 확대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후보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경선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는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로 맞서는 행태는 정당 정치의 근간을 흔든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지역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유권자 또한 방관자가 아니다. 경선 잡음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비전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조직력과 세 과시가 아니라 지역 발전 전략과 실행 능력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정치 문화도 달라진다.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과정이다. 경선은 그 출발선이다. 출발선이 공정하지 않다면 결승선의 의미도 퇴색된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경선 잡음이 더 이상 ‘정치의 관행’으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정당은 제도를 정비하고, 후보는 승복의 문화를 세우며, 유권자는 성숙한 판단으로 응답해야 한다.지역 정치가 소모적 갈등을 넘어 정책 경쟁의 장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지방자치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경선의 공정성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지역 정치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