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경북 예천군 지보면 상월길의 한 농산물 가공 작업장.
고소하게 구워지는 누룽지 향과 마늘 특유의 알싸한 풍미가 은은하게 퍼진다. 이곳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 간식을 만드는 농산물 가공 브랜드 ‘로앤팜(Ro&Farm)’의 생산 현장이다.작업장 안에서는 막 구워낸 누룽지가 차곡차곡 식혀지고, 포장대 위에는 마늘 향을 머금은 간식 제품들이 정갈하게 놓인다. 평범한 농산물이 가공과 아이디어를 만나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로앤팜을 운영하는 황성희 대표는 2020년 남편의 고향인 예천으로 귀농했다. 단순한 농산물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과 유통을 통한 농업의 확장’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브랜드 이름에는 ‘Recovery On’, 즉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이 같은 발상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과거 지병으로 물조차 마시기 어려웠던 시절, 구수한 숭늉 한 모금이 큰 위안이 됐다는 것이다.황 대표는 “몸이 아플 때 따뜻한 숭늉이 큰 힘이 됐다”며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마늘누룽지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귀농 초기 그는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2021년 농민사관학교 교육을 시작으로 예천군농업기술센터 농산물 가공창업교육 1기를 수료하며 체계적인 가공 기술을 익혔다.특히 제품의 핵심은 원료의 품질이었다. 누룽지에 사용되는 마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국산 품종 홍산마늘이다. 직접 재배한 마늘을 사용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다.또한 그는 지역 농업인들과 함께 ‘지보홍산마늘연구회’를 조직해 재배 기준과 품질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시부모와 남편이 재배한 현미와 마늘이 제품의 주재료가 되면서 가족 농업과 가공사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로앤팜의 대표 제품인 마늘누룽지와 마늘소스는 예천 농산물 가공기술 지원센터에서 약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탄생했다.황 대표는 센터의 가공 설비를 활용해 수차례 시험 생산을 반복하며 최적의 맛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제품 사진 촬영과 라이브커머스 교육에도 참여하며 온라인 판매 역량도 키웠다.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마늘누룽지는 오리지널, 마늘맛, 마늘버터맛 등으로 출시됐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로 건강 간식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또한 제품 개발 과정에서 마늘스프레드와 마늘고추랑소스 등 독창적인 가공식품도 함께 개발됐다.마늘누룽지는 2024년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고, 이후 소비자 반응이 이어지면서 사업은 점차 확대됐다. 황 대표는 2025년 독립된 가공사업장을 구축하며 본격적인 가공사업 기반을 마련했다.최근 그는 예천 농업인들 사이에서 ‘라이브커머스 스타’로도 통한다. 스마트폰 사용조차 낯설던 농부였지만 교육과 연습을 거듭하며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한다.수도권 소비 박람회인 메가쇼 참가를 비롯해 카카오쇼핑,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와의 상담도 진행하며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황 대표는 경북 농업인 정보화 경진대회 우수상과 한국벤처농업대학 농촌진흥청장상 등을 수상하며 지역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그의 활동은 농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남편 최재유 씨는 의용소방대와 새마을지도자, 지보면 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황 대표 역시 우리음식연구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농업인들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경북 산불 당시에는 영덕 지역을 찾아 김밥과 쪽파김치를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등 나눔 활동에도 참여했다.또한 매년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전달하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나누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황 대표는 “귀농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예천 농산물에 가치를 더해 지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예천의 깨끗한 농산물에 기술과 정성을 더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로앤팜.
그의 도전은 생산 중심 농업에서 가공·유통 중심 농업으로 변화하는 지역 농업의 또 다른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