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전역에 건조주의보가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봄철 강풍과 낮은 습도가 겹치는 이 시기는 작은 부주의가 대형 재난으로 번지기 쉬운 때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발생한 산불 상당수가 논·밭두렁 소각이나 입산자 실화 등 사소한 인재(人災)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산불 예방 시스템은 여전히 계절성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예방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다.대구와 경북은 전국에서도 산림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특히 경북 북부와 동해안 일대는 산림이 광범위하게 이어져 있어 산불이 발생하면 확산 속도가 빠르고 피해 규모도 커지기 쉽다.
과거 대형 산불 사례에서도 확인됐듯이 강풍을 타고 번지는 불길은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수십 년 동안 가꿔온 숲과 생태계, 그리고 주민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하지만 현장의 예방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허점이 적지 않다. 산불 감시 인력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감시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불 감시 카메라와 드론 같은 첨단 장비가 도입되고 있지만 운영 체계는 아직 체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산림과 인접한 농촌 지역의 소각 행위 역시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되지만 실질적인 관리와 단속은 미흡한 수준이다.
결국 산불 예방이 개인의 주의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기후 변화로 산불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겨울철 강수량 감소와 봄철 건조 현상이 반복되면서 산불 발생 조건은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이는 산불 대응을 기존의 ‘계절성 재난 관리’ 수준에서 ‘상시 위험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소방 당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통합 대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 역량 강화다. 산불은 발생 후 30분 이내 진화 여부가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산불 감시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인공지능 기반 감시 시스템과 드론을 활용해 조기 발견 능력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산림 인접 지역의 소각 행위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처벌 강화와 함께 주민 대상 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지역 사회의 참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산불 예방은 행정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을 단위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주민 신고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등 공동 대응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관심과 참여가 대형 산불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충분히 예방 가능한 재난이다. 매년 반복되는 산불 경고와 피해 소식을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지금이야말로 산불 예방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때다.
대구·경북의 산림과 지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지금의 경고를 또 하나의 계절 뉴스로 흘려보낸다면 그 대가는 결국 지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