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산불의 기억이 남아 있는 사찰 숲길에서 ‘불을 끄는’ 또 다른 방식의 실천이 이어졌다.
불을 내지 않는 것, 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줍는 것. 경상북도가 영농폐기물 소각 근절과 탄소중립 확산을 동시에 겨냥한 현장 행보에 나섰다.경상북도는 17일 의성군 고운사 일원에서 자연보호중앙연맹 경상북도협의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영농폐기물 쓰담데이 실천운동’을 개최했다.이번 행사는 농촌 지역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영농폐기물 불법 소각을 줄이고, 이로 인한 산불과 온실가스 배출을 동시에 억제하기 위한 ‘현장형 정책 실험’으로 읽힌다.실제 영농폐기물 소각은 농번기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비닐과 폐자재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불씨가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대형 산불로 확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날 행사가 열린 고운사 일원 역시 과거 산불 피해를 겪은 지역이다.
참가자들은 피해 흔적이 남은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산불 예방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한편, 기후위기 대응과의 연계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행사는 단순 정화활동을 넘어 ‘행동 규범 확산’에 방점이 찍혔다. 참석자들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영농폐기물 소각 금지와 자발적 수거 참여를 다짐했고, 명예 쓰담지도원 위촉을 통해 지역 단위 실천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섰다.현장에서는 폐비닐과 농자재를 수거하는 환경정화활동과 함께 불법 소각 근절을 위한 홍보 캠페인도 병행됐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주민 참여 기반의 상시 실천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경북도는 그동안 ‘깨끗하고 안전한 우리마을 만들기’와 쓰담데이 운동을 통해 생활폐기물과 영농폐기물의 올바른 처리 문화를 확산해 왔다. 특히 매주 수요일을 ‘영농폐기물 수거의 날’로 지정·운영하며 제도적 기반도 구축한 상태다.정책의 핵심은 단순 규제가 아닌 ‘생활 실천’이다. 소각을 금지하는 것에서 나아가 수거·재활용 체계를 일상화함으로써 산불 예방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접근이다.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 수거 인프라 한계 등으로 인해 현장 실천이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단순 캠페인을 넘어 수거·처리 체계의 실질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장연자 경북도 기후환경정책과장은 “영농폐기물 소각은 산불의 주요 원인이자 온실가스 배출 요인”이라며 “도민과 함께하는 생활 속 실천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