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노동자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불길과 유독가스 확산 속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희생됐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에 또 한 번 깊은 충격을 안긴다.
일터는 생계를 위한 공간이어야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왜 이런 참사를 막지 못했는가.이번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나 불가항력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자동차부품 공장은 가연성 물질과 화학물질을 다루는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장이다.
그만큼 화재 예방 설비와 대응 체계가 철저히 갖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보다 생산이 우선되는 관행이 남아 있다.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대피로 확보와 작동 여부는 어땠는지, 경보 시스템은 제 역할을 했는지 등 따져봐야 할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문제는 이런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산업현장 화재는 반복돼 왔고, 그때마다 정부와 기업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안전 점검은 형식에 그쳤고, 위험 요소는 방치됐으며, 현장 노동자들은 늘 불안 속에서 일해왔다. 결국 이번 참사 역시 ‘예고된 사고’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은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처벌의 강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시적이고 실질적인 관리·감독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화재 취약 업종에 대해서는 불시 점검과 안전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기업의 인식 전환 또한 절실하다. 안전 투자를 비용으로 보는 한, 사고는 반복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무이며, 기업 존속의 전제 조건이다. 노동자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있는 가치는 없다.이번 사고로 희생된 노동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살던 시민들이었다.
그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가 ‘관리 소홀’과 ‘안전 불감증’이라면, 이는 명백한 사회적 책임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더 이상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 공허한 다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죽음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다.
이번 참사가 마지막이 되도록,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