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방송=손중모기자]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가 또다시 인명 참사를 낳았다.    한 달 사이 설비 파손에 이어 노동자 사망 사고까지 이어지며, 노후 설비와 형식적 안전관리, 외주 중심 작업 구조가 빚은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23일 오후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에서 재가동을 위한 정비 작업 중이던 풍력발전기 19호기 블레이드(날개)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지·보수업체 소속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은 모두 외주업체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사고는 블레이드 균열을 수리하던 중 발생했다. 발전기가 멈춘 상태에서조차 안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장 관리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동 중 사고와 다르다”는 운영사 해명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앞서 지난달 2일에도 같은 단지 내 풍력발전기 21호기에서 블레이드가 파손되며 타워가 꺾이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풍속은 가동 중지 기준에도 못 미쳤다. 그럼에도 설비는 무너졌고, 단지 전체 가동이 중단됐다. 그런데 재가동 점검 과정에서 또다시 인명이 희생됐다.더 큰 문제는 이들 설비가 불과 9개월 전 안전진단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잇단 사고 앞에서 기존 점검 체계는 사실상 ‘종이 진단’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2005년 준공된 해당 풍력단지는 20년 가까이 운영된 노후 시설이다.    사고가 난 설비 역시 구형 모델로, 구조적 피로 누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정밀 점검과 선제적 교체 대신 ‘운영 유지’에만 매달린 결과가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운영사와 유지보수업체가 역할을 나누는 구조 역시 문제로 꼽힌다.    책임은 나뉘고, 안전은 방치되는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 구조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위험한 정비 작업은 외주 노동자들에게 맡겨졌고, 그 대가는 죽음이었다.전문가들은 노후 풍력설비의 경우 블레이드 등 핵심 부위에 대한 정밀 진단과 함께 정비 작업 과정의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잇단 사고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관리 부실과 안전 불감증, 책임 회피가 결합된 구조적 재난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관계 당국은 화재 원인과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 반복되는 사후 대응만으로는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이제는 책임을 따지는 수준을 넘어, 노후 설비 전면 점검과 안전관리 체계의 근본적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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